한국 대기업 모두 처음에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창업가 몇 명이 일궈 낸 작품이다. 그들이 오늘날 대기업이 됐고, 코스닥 벤처 붐이 불고 시작된 창업 열기로 중견기업이 생겨났으며, 새로운 산업 태동과 함께 네이버·카카오·게임회사·바이오회사가 탄생했다. 그리고 요즘 마켓컬리, 쿠팡 등 새로운 신산업이 기지개를 켰다. 산업 진화와 함께 지금까지 한국을 이끌고 가는 기업은 계속 이렇게 진화해 왔다. 기업가 정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 보면 새로 창업돼 기존 대기업을 추월하는 업체의 출현은 극히 제한된다. 제조업의 경우 수출을 통해 국내 인구와 관계없이 세계를 대상으로 확대될 수 있지만 요즘 태동하는 업종은 우리나라 인구수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규모의 경제 문제로 성장에 제한될 수밖에 없다.
최근 돈이 있는 사람들은 투자할 만한 매력을 끄는 사업 대상이 없다고 한다. 넘쳐나는 유동성에 비해 투자 매력은 별로 없다는 게 현실이다. 왜일까. 기업가 정신 부재라고 볼 수밖에 없다. 능력 있는 사람들은 모두 조직 안에 안주하고 있다. 엄두를 내지 못한다.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 잡기에 올인하는 듯하다.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자금이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다. 이 자금이 상당 부분 벤처 투자로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성공담이 많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창업에 실질 지원이 될 수 있도록 대학과 손잡고 창업 스쿨을 운영해야 한다. 모든 대학이 창업 교육 과목을 필수 교과 과정으로 가르치며, 창업 경험이 있는 기업가를 초빙해서 강의해 학생들이 창업에 관심을 두고 시도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직장인 대상으로 창업 스쿨을 운영하는 등 창업을 도와야 한다. 언론사·방송국·정부·학교·기업 모두 창업 경진대회를 열어서 입상한 프로젝트의 경우 펀딩을 지원하고, 실제 성공사례를 배출하면 젊은이들에게 비전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지 하나의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엔젤투자클럽 활성화, 기업 투자 유도를 위한 세제 해택, 전문가 풀 마련, 해외 업체와의 연계 지원을 위해 외국 창업투자사와의 제휴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은퇴 후를 걱정하고, 자식의 취업을 걱정하고, 우리 회사의 장래를 걱정하며 우울해 한다. 걱정 모드에서 할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이처럼 가슴 뛰는 모드로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선배들이 일궈 놓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후배들이 다시 가슴 뛰게 일할 수 있는 대한민국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기업가 정신이다. 이제 우리는 기업가 정신을 이 시대 정신으로 하여 모두가 창업 열기에 들떠 여기저기서 창업 얘기를 할 수 있는 문화로 바꿔야 우리 후배들이 살아갈 수 있다.
최근 창업보육센터 등이 설립되고 있지만 실질 성과가 나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창업해서 무언가 이뤄 보겠다는 기업가 정신이 우리 사회 어디서나 많이 존재해야 한다.
가슴 뛰는 창업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 창업을 장려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아이디어 사업화에 실질 도움이 될 수 있는 창업카페·창업센터 등이 많아야 하고, 코칭 인력이 풍부해야 한다. 이러한 창업 코치를 적극 양성해야 한다. 지속된 교육과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미디어, TV, 기업, 정부, 지자체 등 모두가 창업 열풍을 조성해야 한다. 모두가 안전한 공무원, 대기업, 공기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안전지상주의에서 창업지상주의로 바뀔 수 있도록 정부는 학계·재계 관련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귀남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코리아 대표이사 38cobh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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