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임기 48일 만에 공식 개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회 개원식을 찾아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한국판 뉴딜의 국가 대전환을 위한 정치권 협조를 당부했다. 부동산, 대북 외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탈 원전 등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 여당의 기존 정책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 해 앞으로 야당을 어떻게 설득할지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문 대통령이 21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정치권에 던진 국정과제는 △한국판 뉴딜 △코로나19 방역 △부동산 대책 △한반도 평화 △공수처 출범 5가지로 요약된다. 이 중 가장 공을 들인 부문은 한국판 뉴딜이다. 문 대통령은 약 30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3분의 1을 뉴딜 정책 당위성과 비전에 할애했다. 산업 발전, 일자리 확대, 규제 개혁 등 경제 전반의 모든 정책을 한국판 뉴딜에 모았다.
야당의 협조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확산할 좋은 아이디어를 국회에서 제안해 주신다면, 정부는 여야를 넘어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야당의 동참을 호소했다. 또 “한국판 뉴딜은 이제 막 발걸음을 떼었다”며 “국회가 함께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때 한국판 뉴딜의 구상은 더욱 발전하고 완성되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대책에서도 “주택공급 확대 등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특히 부동산 대책을 최고의 민생 입법과제라 칭하며 '임대차 3법'을 비롯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 해주길 바랐다. 투기 억제와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반면 1가구 1주택 실거주자 부담은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이밖에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 감독법, 대중소 기업 상생법, 유통산업 발전법 등을 언급하며 공정경제와 상생을 위한 법안의 21대 국회 처리를 주문했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선 질병관리본부의 질변관리청 승격을 위한 조직개편안의 신속 논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법률로 정한 출범일이 지난 공수처에 대해서도 이번 회기 중에 공수처장 추전을 완료하고 인사청문회도 기한 안에 열어 줄 것을 당부했다.
한반도 평화 대북외교에선 21대 국회 임기 내 '남북 국회 회담' 성사의 목표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각고의 노력으로 어렵게 만들어낸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성과들은 아직까지 미완성”이라며 “당파적 이해관계를 뛰어 넘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지혜를 모을 때”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처음부터 끝까지 협치를 강조하면서 현 정치권 상황에 아쉬움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가장 큰 실패는 '협치의 실패'였다고 생각한다”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열기도 하고 여러 차례 국회 시정연설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소통하고자 했지만 실천이 이어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이라고 고백한다”고 말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176석을 확보해 개헌 이외에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국정 속도를 위해선 야당과의 협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향후 협치를 위한 방법론에 대해서는 별다른 메시지가 없었다. 대통령 연설에 앞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국회 의장단 단독 선출, 상임위원장 독식, 3차 추경 단독심사 등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협치'도 손바닥이 서로 마주쳐야 가능하다”는 선의 답으로 갈음했다. 청와대는 협치를 얘기하고, 민주당은 단독활동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통합당이 청와대와 여당 사이 교통정리를 요구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탈원전 정책과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도 통합당이 우려를 제기했지만 연설에서 원전 계획은 없었고, 부동산은 과세 중심 방침이 재확인됐다. 결과적으로 기존 정책기조 그대로 국정 후반기를 운영하겠다는 답만 받은 셈이다.
다만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다양한 방법으로 국회와 소통의 폭을 넓히겠다”며 “여야와 정부가 정례적으로 만나 신뢰를 쌓고, 신뢰를 바탕으로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