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첨단 제조 로봇과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통해 와이어링 하네스 제조 중소기업의 본국 회귀(리쇼어링)를 타진한다. 지난 2월 코로나19 발생 직후 해당 부품을 중국 수입에 온전히 의존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 생산이 중단된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스마트공장 고도화 등 제조 현장의 스마트화를 지원, 와이어링 하네스 생산 공정의 고도화와 회귀에 따른 원가경쟁력도 높이는 것이 목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와이어링 하네스 분야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고 해당 분야에서의 리쇼어링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와이어링 하네스 공정의 스마트화를 위한 필수 적용 기술과 해당 분야의 중소기업 수요 등을 살펴 리쇼어링에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해당 분야에서의 리쇼어링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단계”라면서 “수요 기업 의사 등 다양한 의견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전선, 커넥터, 전원분배장치 등을 연결한 배선 뭉치다. 사람 인체의 신경망과 같이 차량 내부의 각 시스템으로 전기 신호 및 전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자동차 필수 부품이다.
자동차 내부에 전장 부품이 늘면서 와이어링 하네스 수요도 급증하고 있지만 많은 수작업 공정이 필요하다. 노동 집약 특성상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다수 생산업체는 중국 등지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지난 2월 코로나19 발생 직후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 조업이 중단된 것 역시 국내로 들어오는 와이어링 하네스 물량 가운데 87%가 중국에 공장을 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와이어링 하네스를 생산하는 업체는 100여개사로 추정된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이미 완성차 업체와 동반해 해외로 나가 있는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와 장기공급 계약을 맺어 신규 차종 개발과 함께 개발이 이뤄지고, 자동차별·완성차 업체별 호환이 이뤄지지 않는 특성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의 경우 중국 내에 39개 관련 부품 협력사를 두고 있다. 현대차의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 1차 협력사인 티에이치엔은 브라질과 파라과이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브라질과 파라과이 현대차 및 현대모비스 공장에 직접 해당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서다. 르노에 와이어링 하네스를 공급하는 에스모 역시 중국 칭다오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중기부가 와이어링 하네스를 최우선 지원 분야로 정한 것 역시 이러한 노동 집약 특성을 자동화 공정으로 전환해 인건비 부담을 줄여 주고 국내 자동차부품 산업의 성장도 유도하기 위해서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와이어링 하네스뿐만 아니라 자동차부품 전반의 리쇼어링 방안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가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나가는 것은 결국 단가 때문”이라면서 “스마트화를 하더라도 사람 손이 필요한 분야가 있고, 이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