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저탄소 생태사회로의 전환을 견인할 2020년도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놨지만 '전기차 충전 인프라' 관련 증액은 포함되지 않았다.
추경은 그린뉴딜 사업을 중심으로 6951억원이 편성됐다. 핵심은 일자리 1만7000여개 창출, 온실가스 저감 가속화 등이다. 그러나 정작 친환경 사업의 핵심인 전기차 인프라 사업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사실 정부의 이번 추경 편성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이 우선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예산이 빠지면서 관련 사업자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하다.
올해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는 8만4000대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전기차 공급량 부족과 소비시장 위축 등은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전기차 판매가 저조하기 때문에 전기차 인프라 구축 사업 등을 통한 2022년 43만대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인프라 산업은 환경부의 2017년 전기자동차 보급 및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을 기점으로 비약 성장했다. 전기차 충전 사업자,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의 매출 확대 및 고용 증가율을 보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매출은 5배 이상, 고용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다수의 신규 사업자도 시장에 진입했다.
이같이 환경부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 지원 사업은 충분히 마중물 역할을 했다. 공공 부문의 지원 사업이 부진하다면 이전까지 투입한 막대한 예산과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민간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사업 지원이 없다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자의 사업 축소는 불가피하다. 매출 감소로 인원 감원 조치 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실 성장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정부의 보급 계획은 몇 년까지 몇 대를 보급하겠다는 외형 팽창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충전 인프라 정책 방향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대수를 늘리는 외형 확대에 집중하기보다 내실 강화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해까지는 사업수행 기관의 사업수행 능력을 심사위원이 객관 평가를 하는 등 엄격하게 선정해서 공용충전기 보급을 허가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사업수행 기관은 최소한의 기준 조건에만 부합하면 되기 때문에 누구나 사업수행 기관으로 등록하고 공용충전기를 보급할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신규 사업자에게는 업계 진출의 벽이 낮아 좋을지는 몰라도 공공성에 뒤따르는 책임성과 고객의 편리성 측면에서 매우 낮은 수준의 서비스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자격이 없는 무분별한 사업자가 난무하고, 공용충전기의 공공성 지속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서비스 요금 현실화도 필요하다. 현재 환경부에서 보급·운영하고 있는 급속충전기의 ㎾h당 충전 가격은 173.8원이다.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자동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특례요금 할인으로 최초 산정한 충전단가보다 저렴하게 서비스되고 있다.
사업수행 기관은 환경부의 취지를 이해하고 있지만 현실 상황으로는 충전기 고정 관리비 상승 및 한전 특례요금 일몰 등으로 심각한 수익성 악화에 치닫고 있다. 환경부의 충전단가가 마치 충전 인프라 시장의 절대 임계 가격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서 사업수행 기관별 충전단가를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익 추구가 필요한 사업수행 기관과 환경부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조건임에도 환경부 단가를 따라야 하는 실정이다. 사업수행 기관이 홀로서기가 가능하려면 환경부 예산 조정 단가를 ㎾h당 313원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 2022년 전기차 보급 43만대 달성도 인프라가 갖춰져야 가능하다.
환경부의 그린뉴딜 정책이 저탄소 정책 확대 및 고용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앞에서 거론한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이내헌 한국전기차산업협회 부회장 manageon@kod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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