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벼랑 끝으로 몰렸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연이어 규제 법안을 준비 중이다.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에서 무차별로 유통관련 규제 법안을 내놓고 있다. 이미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65건, 42건의 규제법안 개정안이 발의됐다. 21대에는 더욱 옥죄는 추세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개원 시작이지만 유통 규제 관련 법안은 20여건에 달했다.
발의된 유통법 개정안에는 복합쇼핑몰, 백화점, 아웃렛, 면세점, 전문점을 한 달에 두 번씩 문을 닫게 하자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추석과 설날은 반드시 의무 휴업일로 지정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이 뿐 아니다. 대기업으로부터 상품을 받는 상품 공급점이나 매출액 또는 자산총액 규모가 대규모 혹은 준대규모 점포에 준하는 기업, 프랜차이즈 체인사업도 영업시간 제한 등 법적 규제를 받는 조항도 담겨 있다. 대규모 점포의 출점 제한 구역을 확대하고 일정 면적 이상의 복합쇼핑몰에 대해선 영업시간을 제한하자는 내용 등 대부분 이전 법안보다도 훨씬 규제 강도가 높다.
중소상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법안 발의에 앞서 실효성이 있는 지 먼저 따져 봐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롯데월드몰 잠실점, 신세계 스타필드하남, 현대백화점 판교 등 주요 복합쇼핑몰 3사에 입점한 소상공인 사업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상공인 응답자 81.7%가 복합쇼핑몰 규제 강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쇼핑몰 입점업체 대부분이 중소상인이어서 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을 직접 받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굳이 규제가 아니더라도 점포를 구조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 유통이 급속하게 확대되면서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 구도가 아닌 '온라인 대 오프라인'으로 바뀌는 흐름과도 배치된다. 오프라인 매장을 규제하는 기존 방식은 이미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유통산업 전체를 조망하면서 시장을 키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현실과 맞지 않는 억지 정책은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