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세계 자동차 판매량 4위 자리를 3개월 만에 다시 제너럴모터스(GM)에 내줬다. 중국 내 자동차 수요가 반등했으나 점유율이 낮아 GM 대비 수혜를 누리지 못한 결과다. 다만 영업이익 적자로 돌아선 GM과 달리 흑자를 이어가는 등 수익성 방어에는 성공했다.
3일 본지가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의 2분기 판매 실적을 종합한 결과 현대차그룹 누적 판매량은 277만2000대로 GM 292만3000대를 밑돌았다.
현대차그룹은 1분기 GM을 분기 판매량으로 처음 앞질러 세계 4위에 이름을 올렸으나 재역전을 허용했다. 격차는 15만1000대로 그렇게 크지 않았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내수 판매가 늘었으나 해외 판매가 부진했다. 국내에선 승용차 개별소비세 70% 인하 효과가 있었지만, 해외 시장에선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36.3% 줄어든 70만4000대, 기아차는 27.8% 감소한 51만6000대를 팔았다. 내수는 현대차가 20만대에서 20만6000대로, 기아차가 12만7000대에서 16만2000대로 증가했다. 기아차는 중국 시장에서도 한자릿 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북미·유럽·러시아·중동·중남미·인도 등 다른 시장에선 양사 모두 판매량이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북미·유럽 시장 판매량이 꼬꾸라졌다.
반면 GM은 2분기 판매량이 146만6229대를 기록, 전분기 대비 소폭 성장했다. 북미 판매량은 전년 대비 35.5% 감소한 56만5089대로 부진했으나 중국 판매량이 큰 폭으로 회복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중국 자동차 수요는 1분기 반토막이 났지만, 2분기에는 전년 수준인 약 470만대를 회복했다.
GM 중국 판매량은 71만3635대로 북미 판매량 56만5089대을 앞질렀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울링(27만739대), 뷰익(25만3167대), 바오준(9만4095대), 캐딜락(8만5913대) 등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판매 실적은 뒤처졌지만, GM보다 나은 재무실적을 거뒀다. 매출과 영업손익이 악화된 건 같지만, 감소폭은 GM이 더 컸다. 현대차그룹은 제품 믹스 개선과 효과적 판매 전략으로 수익성을 방어했다.
현대차는 매출 21조8590억원과 영업이익 5903억원을, 기아차는 매출 11조3688억원과 영업이익 145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에서 현대차는 52.3%, 기아차는 72.9% 급락했다.
GM은 중국 판매량 회복에도 8억 달러(약 95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공격적인 비용절감 조치와 픽업트럭 판매 증가로 예상보다 손실폭을 줄였지만 코로나19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하반기 신차를 앞세워 4위 재탈환을 노린다. 수익성이 높은 신차를 중심으로 판매 역량을 집중하고, 수요 회복을 대비해 생산 및 판매능력 관리에도 공을 들인다. 지역별 판매 정상화 방안을 수립하고 신차를 효과적으로 투입할 방침이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차량은 현대차의 경우 '투싼' 완전변경 모델, 'G70' 부분변경 모델, 'GV70' 신차다. 기아차는 최근 출시한 '쏘렌토' 하이브리드 완전변경 모델에 이어 이달 '카니발' 완전변경 모델 판매에 돌입한다. 또 국내 기출시한 차량의 출시국가 확대와 현지 전략형 모델 출시도 추진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확고한 세계 판매량 4위로 올라서기 위해선 중국 시장 점유율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며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고민과 구체적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대차그룹·GM 글로벌 판매량 (자료: 각사 IR)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