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외자판호를 받아주겠다는 일명 '판호 브로커'가 암약하고 있다. 중국 진출이 절박한 중소게임사가 브로커 주 타깃이다. 지금까지 브로커를 통해 중국 판호를 받은 사례는 없어 업계의 주의가 요구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판호를 받아주겠다”며 접근하는 브로커가 수도권에만 최소 3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판호는 중국에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한 유통 허가권이다. 대부분 게임에 적용된다. 내자판호는 중국 내 회사가 신청하는 판호다. 외자판호는 중국 외 국가에서 만들어진 게임의 서비스 허가권이다. 중국은 한국게임에 지난 2017년 3월 이후 단 한 건도 신규 판호를 내주지 않았다.
중국은 한국과 성향이 비슷해 시장 규모로 최대를 다투는 북미 지역보다 성공할 공산이 크다. 최대 수출국으로 많은 게임이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판호 브로커는 중국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한다.
브로커를 경험한 업체에 따르면 브로커는 중국 공산당원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게임 당 착수비용으로 4억~5억원을 요구한다. 이를 뒷받침할 포트폴리오와 촘촘히 적은 인맥 네트워크를 보여 준다. 검증이 어려운 친분과 학위를 내세운다. 중국 고위 간부와 찍은 사진이나 같은 대학에서 수학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국내에서 정확한 중국 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다. 지방정부 고위층 또는 중앙당 고위 관계자를 통해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을 우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광전총국은 중앙당 직속 선전부 산하기구로, 판호 발급을 담당한다. 이 밖에 '한국 콘텐츠 업체가 중국 문화 관련 정책이나 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언론이나 정부, 파트너사를 통해 파악하는 것은 왜곡된 정보일 수 있다'고 꼬드긴다.
최근 브로커를 만난 업체 대표는 “지방정부를 통해 2개 이상 게임이 판호를 받을 수 있다며 접근해 왔다”면서 “접수 사례와 내가 아는 기업 이름까지 이야기하니 늦기 전에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내자 판호를 받아주겠다는 경우도 있다. 완성한 게임을 현지 기업에 넘겨 중국에서 개발한 것처럼 꾸며 판호를 신청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판호 허가 가능성이 엿보이고 지식재산권(IP) 계약보다 조건이 좋다. 수익 발생 대기 기간도 짧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돈과 프로그램 패키지를 브로커가 받아간 사례가 있지만 판호는 나오지 않았다.
중국 현지 게임사 관계자는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판호를 받지 못한 게임사가 있다”면서 “텐센트도 판호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브로커가 판호를 받아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까지 나서 판호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해답이 없는 상태다.
최근 미-중 분쟁이 격화되고 관광·드라마 분야에서 한국산 콘텐츠에 대한 한한령이 누그러지면서 브로커 활동이 활발해진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진출이 늦어지더라도 신규 판호 획득 사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안전하다”면서 “지금까지 정상적인 신규 진출 경로는 존재하지 않는 만큼 브로커에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