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그룹 차원에서 육성하는 자동차부품 사업이 큰 폭의 성장세로 확실한 미래 사업 가능성을 보여 줬다. 그룹 자동차부품 수주 잔액이 200조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불과 1년여 전인 2019년 초에 100조원을 조금 넘던 수준과 비교할 때 큰 폭으로 늘었다.
LG화학, LG전자, LG이노텍 등 LG그룹의 주요 계열사 자동차부품 수주 잔액이 210조원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LG화학이 150조원 이상으로 수주 잔액이 가장 많았다. LG전자 53조원, LG이노텍 10조원 등을 합하면 210조원이 넘는다. 여기에 수주 잔액을 따로 집계하지 않는 LG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 늘어난다. 2019년 초 그룹의 자동차부품 수주 잔액이 130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1년 반 만에 크게 성장한 것이다. 당시 LG화학은 78조원, LG전자는 41조원, LG이노텍 12조원이었다.
자동차부품 사업이 성장한 데는 그룹 차원의 사업 육성과 투자, 세계 자동차 시장 변화 등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특히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신사업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
LG전자는 2013년 자동차부품(VC) 사업본부(현 VS사업본부)를 신설하며 전장 사업에 나섰다. 2018년에는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조명제조사 ZKW를 그룹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2년 이상 공을 들여 ZKW를 인수하면서 전장 사업도 탄력을 받았다. 주요 완성차업체를 단번에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조명을 넘어 다른 자동차부품 분야로의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LG화학은 자동차 배터리 관련 기술 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에 지속 투자하면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폴란드 등지에 생산시설을 갖추면서 수주 물량이 늘고 있다. 앞으로도 공장 증설과 투자 확대에 따라 수주 물량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9일 “LG그룹은 구 회장 취임 이후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면서 “배터리를 비롯한 자동차부품 사업을 강화했고, 이것이 사업 성장에 동력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도 긍정적이다. 유럽을 비롯해 많은 국가가 내연기관차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 비중을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에 강점이 있는 LG화학의 성장성이 유망한 이유다. LG전자의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부품 사업, LG디스플레이의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LG이노텍의 차량용 센서, LG하우시스의 경량화 소재 등도 시장이 확대되는 분야다. 심원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차량 전장화에 집중하는 LG 전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기”라면서 “2분기에 LG화학 차량용 전지 사업이 흑자 전환을 하면서 그룹의 지향점인 모빌리티(이차전지, 차량 전장화, 자율주행)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고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