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4분기에 있은 탄핵 국면 이후 처음으로 미래통합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추월했다. 약 4년 만이다. 민주당 지지율은 최근 벌어진 부동산 시장 혼란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태 이후 계속 하락곡선을 그렸다. 통합당은 4월 총선 참패에도 쇄신 행보와 여당의 부진에 힘입어 지지율이 올라갔다.
13일 리얼미터는 TBS 의뢰로 지난 10∼12일 사흘 동안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1.7%포인트(P) 내린 33.4%, 통합당은 1.9%P 오른 36.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총선 이후 꾸준히 격차가 줄어든 양당의 지지율이 역전된 것이다. 통합당은 옛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을 포함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인 2016년 10월 이후 4년여 만에 정당 지지율 1위에 올랐다.
2016년 10월까지는 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 지지도가 민주당을 앞서 있었다. 하지만 탄핵 국면이 진행되면서 리얼미터 조사 기준 10월 3주차 지지율은 새누리당 29.6%, 민주당 29.2%까지 좁혀졌었고, 그 다음주인 4주차에는 민주당이 31.2%, 새누리당 24.7%로 큰 차이로 역전 당했다. 이후 통합당은 지금까지 민주당에게 뒤쳐져 있었다.
여당과 제1야당 간 지지율 역전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과 연이은 여권 인사의 성추문 등 민주당 악재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 혼란 속에 지난주 청와대 비서진의 일괄 사의 표명과 교체 인사도 민주당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 그 사이 통합당은 '강경보수' 이미지를 버리는 당 쇄신 작업을 벌였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 역시 계속 하락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전주보다 0.6%P 내린 43.3%로 나타났다. 남성(3.2%P↑), 50대(6.1%P↑), 진보층(7.3%P↑), 보수층(3.3%P↑)에서 부정평가 비중이 상승했다.
민주당은 핵심 지지 기반인 광주·전라(47.8%, 11.5%P↓)에서도 지지율이 떨어졌다. 대전·세종·충청(28.6%, 5.6%P↓)에서도 하락했다. 핵심 지지층인 진보층(55.4%, 3.9%P↓)에서의 지지도 하락은 뼈아프다.
통합당은 부산·울산·경남(48.5%, 5.7%P↑), 대구·경북(50.9%, 5.4%P↑), 서울(39.8%, 4.1%P↑), 대전·세종·충청(39.0%, 3.8%P↑) 등에서 고루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통합당도 지지층인 보수층(59.7%, 3.5%P↓)에서 하락을 보였지만, 진보층(16.9%, 5.1%P↑)에서 상승을 보였다. 중도층에선 민주당은 전주보다 0.7%P 하락한 30.8%, 통합당은 2.2% P상승한 39.6%를 각각 기록했다.
여야는 설문조사 결과에 서로 다른 속내를 감추고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재명 경기지사가 “국민이 새로운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짧게 평했다. 이 지사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조달제도 도입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후 “가장 큰 영향은 부동산 문제일 것”이라면서 “국민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삶을 개선하는 노력을 많이 해 달라는 채찍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여론조사는 하나의 트렌드로 참고하는 것으로, 당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국민에게 평가받으면 된다”면서 “국민은 현명하기 때문에 잘못한 것과 잘하는 것의 평가가 지지율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얼미터 조사는 전국 성인 150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