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개혁, 이대로 손놓을텐가

기업들의 규제개혁 체감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00개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규제개혁 체감도' 조사 결과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93.8에 불과했다. 지난 2018년 97.2를 기록한 체감도는 지난해 94.1에 이어 2년 연속 하락했다.

규제개혁 체감도가 100 이하라는 것은 규제개혁 성과에 불만족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지표여서 기업들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시행하고 규제자유특구 활성화 등 여러 가지 노력에도 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규제개혁 성과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제 규제개혁 성과에 만족하는 기업은 8.3%에 불과했고, 불만족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18.4%로 나타났다. 불만족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만족한다는 답변의 2배를 넘는다. 또 규제개혁 성과에 불만족하는 비율은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높았다. 기업 현장에서 중소기업이 정부 규제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규제개혁 성과에 불만족하는 이유로는 '보이지 않는 규제 해결 미흡'(23.8%)이 가장 많았다. △핵심 규제의 개선 미흡 △규제 신설·강화 △공무원의 규제개혁 마인드 불변은 비슷한 비율(19.0%)로 나타났다. 수많은 규제개혁 제도가 새로 만들어지고 시행되더라도 '보이지 않는' 규제가 새로운 걸림돌을 만들어 내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기업들은 규제개혁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노동 규제와 환경 및 에너지 관련 규제를 최우선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꼽았다.

그러나 기업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공무원들의 자세 변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공무원의 규제개혁 마인드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앞에서는 개혁한다 하고 뒤에서는 또 다른 규제를 만드는 공무원은 기업들에 또 다른 장애물일 뿐이다. 규제개혁을 위한 적극 행정 장려책 등 규제개혁의 밑바닥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