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장에 외국산 상용 엔진 사용이 보편화한 가운데 자체 기술로 만든 엔진으로 게임을 제작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게임 개발 속도 향상과 함께 저작권 유출 방지, 게임 엔진 개발자 양성 등 기술 자립화를 위한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 엑스엘게임즈, 컴투스 등 주요 게임사들은 자체 엔진을 바탕으로 게임을 개발한다.
게임 엔진은 소스코드와 디자이너가 쓸 수 있는 도구로 구성된 게임 개발 소프트웨어(SW)다. 그래픽, 오디오, 네트워크, 서비스 안정성, 보안 등 게임 개발에 필요한 요소를 제공한다. 자동차 공장 생산 설비에 비견된다.
국내는 미국산 언리얼 엔진과 덴마크산 유니티 엔진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엔진 기능이 다양하고 강력하다. 업계 표준이 돼 개발 인력을 구하기도 쉽다. 최근 흥행작인 'A3:스틸얼라이브' '바람의 나라:연'은 유니티, '리니지2M' 'V4'는 언리얼로 각각 제작했다. '로스트아크' '배틀그라운드' PC 게임 역시 상용 엔진으로 개발했다.
자체 엔진 개발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10여년 동안 막대한 투자로 기능을 개발해 온 유니티, 언리얼보다 나은 엔진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 시도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자체 개발 엔진은 자사 게임에 어울리는 핵심 팩터를 살릴 수 있다. 상용 엔진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다.
또 초기 개발 비용이 증가하지만 자체 엔진을 활용, 유연하고 빠른 개발이 가능하다. 게임에 최적화해 글로벌 품질평가(QA)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상용엔진사에 주는 로열티 절감 효과와 로(Raw) 프로그래머 인재 양성이라는 장점도 있다.
펄어비스의 자체 제작 차세대 엔진은 사실적인 질감 표현과 자연스러운 광원 효과를 구현한다.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 주축으로 만들었다. 김 의장의 숙원 사업인 세계 유수의 콘솔 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게임을 준비한다. 신작 '붉은사막' '도깨비' '플랜8'을 차세대 엔진으로 개발한다.
펄어비스는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부터 자체 엔진으로 개발했다. 콘솔, 모바일까지 아우르는 엔진으로 지난 9년 동안 업그레이드해 왔다. 5세대(5G) 이동통신, 스트리밍 게임 등 새로운 기술이 대두하면서 기술적 대응과 동시에 고퀄리티 콘텐츠, 빠른 개발 속도를 확보할 수 있는 차세대 엔진을 개발했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AAA급 게임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엔진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차세대 엔진은 하이퀄리티 게임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이지'에 자체 개발 엔진 XLE을 사용한다. 멀티 플랫폼을 지원하며, 많은 캐릭터를 렌더링하는 데 소요되는 개발 기간을 효율적으로 줄인다. 오픈소스로 공개,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컴투스는 자체 엔진으로 개발한 '서머너즈워'에 이은 또 다른 자체 개발 엔진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라인게임즈도 엔진 개발 인력을 뽑았다. 아이펀엔진, 프라우드넷, NHN 토스트 게임 클라우드 등 게임서버 엔진도 국산화되는 추세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과 상용 엔진 사용 경험이 쌓였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최근에는 게임 엔진이 게임뿐만 아니라 3차원(3D) 애니메이션, 건축, 자동차 등 실시간 렌더링을 활용하는 산업에서도 활용돼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