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르반떼'는 웅장한 덩치에도 상어처럼 날렵했다. 엔진은 부족함 없는 힘을 발휘했고 빠른 변속 속도를 보여줬다. 달릴 때 변속 충격과 배기음은 운전의 즐거움을 더했다. 세단이 아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지만 질주 본능을 일깨웠다.
르반떼는 이탈리아 고급차 브랜드 마세라티가 2016년 선보인 대형 SUV다. 경주용 차량을 만들던 완성차 브랜드가 만든 SUV이기에 달리는 즐거움을 기본적으로 갖췄다.
시승차는 마세라티의 '르반떼 S Q4 그란스포츠'다. 목동에서 남양주 사이에 있는 올림픽대로, 미사대로 등에서 약 100㎞를 시승했다.
르반떼의 가장 큰 장점은 마세라티 삼지창 엠블럼이 주는 감성이다.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에 위치한 엠블럼이 시선을 빼앗았다. 차량 측면 C필러에도 로고가 자리한다. 누구나 고급 수입차라는 사실이 쉽사리 알아차릴 수 있을만큼의 존재감을 뽑낸다.
차체는 SUV지만 높아 보이진 않았다. 폭이 넓은 차량의 보닛을 낮게 길게 디자인하면서 차체가 낮아 보이는 효과가 만들어졌다. 6단계로 차체 높이를 추가 조정도 할 수 있다. 최저부터 최고 높이까지 차이는 75㎜다. 가파른 주차장에 진입할 때 용이했다.
르반떼 후면 디자인은 전면 디자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아쉽다. 테일램프 디자인은 고양이 눈매를 닮은 헤드라이트 디자인과 연결되지 않았다. 날렵한 전면 디자인 대비 너무 투박하게 느껴졌다는 설명이다.
르반떼는 3ℓ V6 엔진에 ZF 8단 자동 변속기가 맞물렸다. 최고 출력은 430마력, 최대 토크는 59.2㎏.m이다. 복합연비는 6.4㎞/ℓ다. 연비를 고려해 타는 차량은 분명히 아니다. 실제 주행에서 연비는 최대 5.6㎞/ℓ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대신 공차중량이 2265㎏ 달하는데도 제로백 5.2초로 탁월한 가속력을 갖췄다. 고출력 모델이기에 '노멀' 'I.C.E' 주행모드에서도 추월하는 데 힘이 부족하진 않았다.
다만 마세라티 특유의 시그니처 배기음을 듣기 위해선 '스포츠' 모드로 변경이 필요하다. 마세라티 배기음은 튜닝 전문가, 피아니스트, 작곡가 등의 합작품이다. 저속에서도 지나는 행인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적 소리다. 가속 구간이 아니더라도 자꾸 스포츠 모드에 손길이 갔다.
패들 시프트는 운전대와 함께 돌아가지 않는 고정형이다. 고정형이라는 점을 고려해 크기는 매우 크다. 일각에서 방향지시등 조작이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이유로 풀이되나 성인 남성이라면 크게 불편하진 않다. 빠른 변속 속도를 보여줬다.
르반떼는 에어 서스펜션 영향인지 승차감도 SUV 같지 않은 안락함을 선사했다. 빗물이 고인 웅덩이를 여럿 밟았을 때 차체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어댑티브 풀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는 야간 주행에서 상황에 맞게 적절한 시야를 확보해 준다.
차량 가격을 고려하면 가장 아쉬운 건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부재다. 내비게이션과 차량 속도를 확인하기가 번거롭다. 전방을 주시한 채 달리는 데 집중하고 싶지만 시선이 분산된다.
반자율주행은 지원하지 않으나 단점이라고 보긴 어렵다. 430마력에 달하는 차량을 반자율주행 기능으로 타는 건 사용 용도가 맞지 않을 것 같다.
장거리 운전과 도심 주행에서 필요한 차선이탈방지 시스템과 앞차와 거리를 계산해 속도를 자동 제어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지원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차가 있더라도 자연스럽게 거리를 벌리며 작동했다.
순정 내비게이션 조작은 다소 불편하다. T맵, 카카오맵에 익숙한 한국 사용자라면 그래픽 품질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다행히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기능을 통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게 가능했다. 다만 360도 어라운드 뷰 등의 차량 기능을 조작하려면 스마트폰과 연결을 끊어야 했다.
쿠페형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트렁크 공간은 일부 포기해야 한다. 2열 탑승 공간은 충분하지만 트렁크에 카시트, 골프채 가방 등을 넣을 자리가 넉넉하진 않다. 패밀리카로 고려한다면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시승한 마세라티 르반떼 S Q4 그란스포츠 가격은 1억7410만원이다. 르반떼 최저 가격은 1억3570만원부터 시작한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