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삼성전자 '투자 기지개' 켜자, 보릿고개 넘은 장비 '호실적' 수확

삼성, 반도체 설비투자 66.47%↑
관련 수주 업체 실적개선 이어져
언택트 효과...서버용 D램 급증
티씨케이 등 소재부품도 '맑음'

상반기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부품(소부장) 업계에는 훈풍이 불었다.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갑작스레 찾아온 메모리 불황기로 보릿고개를 넘었던 주요 장비 업체들의 실적이 증가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삼성전자의 주력인 서버 D램 수요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얼어붙은 정보기술(IT) 시장 환경 속에서도 투자가 지속되는 분위기가 소부장 업계의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특히 장비 분야에서는 국산화를 주도했던 세메스와 원익IPS, 소재 분야에서는 장비 속에 들어가는 실리콘카바이드(SiC) 링을 생산하는 티씨케이 실적이 괄목할 만하다.

[이슈분석]삼성전자 '투자 기지개' 켜자, 보릿고개 넘은 장비 '호실적' 수확

◇삼성 수주 장비사 실적 호조…세메스·원익IPS 두각

23일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주요 소재·부품·장비 업체 32곳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조사한 결과 대체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불황기를 겪었던 지난해보다 개선된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들의 실적 증가 배경은 삼성전자의 설비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 적극적으로 설비 투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말부터 시안 공장에는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6만5000장 규모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평택캠퍼스 2기 공장에는 D램에 이어 첨단 낸드플래시,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설비 투자를 시작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반도체 설비투자 금액은 14조690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66.47% 늘었다.

삼성전자가 투자 기지개를 켜자, 장비사 실적도 덩달아 올라갔다.

국내 최대 장비사인 세메스는 올해 역대 상반기 최대 매출인 1조1720억원 기록했다. 세메스는 지난해 상반기 133억원 영업손실로 힘겨운 한해를 보냈지만 올해는 1996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반도체 장비 업체 32곳 중 독보적인 실적 1위를 기록했다.

세메스는 도쿄일렉트론(TEL)이 주도하고 있던 컨택 공정 장비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시안 공장으로 관련 장비를 대거 입고하는 등 삼성전자 공정의 핵심 장비 납품에 공들였다.

원익IPS도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호실적을 거뒀다. 세메스는 삼성전자 자회사다. 세메스를 제외한 반도체 장비사 중에서는 단연 원익IPS가 두각을 나타냈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4500억원대 매출, 6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컨센서스를 제시했지만 원익IPS는 이를 상회하는 4853억원 매출, 657억원 영업이익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2%가 증가한 수치다.

원익IPS는 삼성전자 EUV 파운드리 라인, 평택, 시안 등 삼성전자가 투자하는 대부분 생산 설비에 다양한 종류의 전공정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 특히 첨단 반도체가 생산되는 EUV 파운드리 라인에 원익IPS 주요 장비가 들어가면서 매출이 크게 올랐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원익IPS의 파운드리용 장비 매출 비중이 2019년 6%에서 2021년 19%까지 확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테스는 SK하이닉스와 주로 거래를 해온 회사였지만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 라인에 건식식각(GPE) 장비를 새롭게 납품하는 등 삼성 납품 물량을 늘리며 실적이 증가했다. 해외 거래선을 주력으로 영업 진행한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27%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펌프 국산화 업체로 잘 알려진 엘오티베큠도 흑자 전환했다. 엘오티베큠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와의 신규 펌프 납품을 위한 테스트를 활발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재도 '맑음'…티씨케이 이익률 35% '압도적'

코로나19 사태로 일어난 언택트 바람이 서버용 D램 수요 증가까지 이어지면서 반도체 소재부품 업체들도 상반기 방긋 웃었다.

특히 반도체 장비 안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을 만드는 국내 회사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티씨케이는 올해 상반기 1076억원 매출과 380억원 영업이익으로 35.31%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1만원을 벌면 3500원을 남긴다는 의미다. 이번에 실적 결산한 32개 기업 중 영업이익률이 단연 1위다. 티씨케이는 자사 주력 제품인 SiC 링 판매 호조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업계에 따르면 티씨케이는 SiC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하반기에도 상당히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펠리클 제조 기업 에프에스티, 블랭크마스크 기업 에스앤에스텍도 실적이 증가했다. 에스앤에스텍은 최근 EUV용 블랭크마스크와 펠리클 등 차세대 소재 개발을 목적으로 삼성전자에서 659억원을 투자받았다.

올 반도체 소자 업체들의 설비 투자는 주로 상반기에 집중됐다는 평가다. 때문에 하반기 투자는 상반기 대비 다소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소 투자 소강이 예상되지만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내년 세계 반도체 회사들의 설비 투자가 올해보다 24% 늘어난 677억달러(81조원)가 될 것으로 예상해 다시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연말 이후에는 SK하이닉스의 신규 팹 M16 장비 반입과 내년 삼성전자의 평택 3기 팹 투자가 주목된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