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요. 급하잖아요.” 급박한 상황이라 무조건 불구덩이에 뛰어들었다는 화재 영웅의 한마디가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새롭게 부각된다. 지난 주말 발생한 1000명 이상 확진자도 문제지만, 지인들의 발병 소식으로 바이러스가 가까이 왔다는 '나도 감염'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상황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코로나19와 투쟁할 진짜 영웅들이 절실한 때다.
사람을 통해 전파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정부의 방역지침인 '손 씻기·마스크 쓰기·거리두기'를 실행하면 확률은 떨어지지만 감염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마트, 커피숍, 학원 등 어디에서나 감염될 수 있고, 누구나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본부에 기대어 보지만 역학조사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국민 모두가 합력해야 극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책임을 회피하고 원인 전가를 위해 서로를 비난하는 이들이 있어 안타깝다. 단순한 감염일 뿐인데 회복한 이들을 차별하고 확진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분위기가 원망스럽다. 심지어 코로나19를 빙자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까지 있다.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밤낮으로 방역을 점검하는 공무원, 생활을 유보하고 희생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정치권과 언론은 방역과 코로나19 이후 대책에 전념해야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단합을 저해하는 모든 시도를 삼가야 한다. 교회와 학원에 모인 이유가 문제가 아니라 바이러스를 품은 모임이 주범이다. 고통 받는 국민을 처벌로 옥죄기보다 사태 심각성을 주지하도록 도와야 한다. 자칫하면 갈등과 분열, 정신질환이 코로나19보다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훌륭한 지도자는 겁박보다 설득과 화합으로 대중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반정부 집회도 의료인 파업도, 원인을 제공한 정부도 한발 물러서서 힘을 합해야 한다. 집이 불타고 있는데 아름다운 집을 얘기하는 건 모순이다. 혁신도 중요하고 개선도 중요하지만 비상사태에는 얼마든지 유보할 수 있는 일이다. 아무리 '더 좋은 결과'를 지향한다고 해도 코로나19로 혼란하고 불안해하는 국민을 어지럽게 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방역과 사태 대응을 제외한 모든 논의를 유보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장기전에 돌입한 지금은 코로나 영웅을 응원하고 피해 국민을 보살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의료진과 자원봉사자에게는 최고의 대우로 지치지 않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정부가 노래방과 학원에게 문을 닫으라고 할 때는 월세와 이자를 고민하는 그들의 고통을 먼저 이해하고,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 정부의 힘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서로가 이웃을 돌아보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다.
언론은 시청률도 이해관계도 따지지 말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순수해야 한다. 바이러스와 전쟁에서 누군가를 대변하는 일은 중단하고 국민이 코로나19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보도하고 계도해야 한다. 정치권은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기회다. 정쟁과 당파 이기주의를 일체 유보하고 국민 건강과 경제를 위해 한발 물러서야 한다. 학계와 산업계는 힘을 합쳐 비대면 산업 육성과 문화 확대로 바이러스에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보급할 책무가 있다. 국민의 단합이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손실을 보상받는 단초가 될 것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