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안전한 네트워크를 선별한 '5G 클린 이동통신사 리스트'에 SK텔레콤과 KT를 포함해 31개 글로벌 이통사를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중국과 갈등을 계기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줄세우기'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국 국무부는 5G 이통사 추천을 핵심으로 하는 '클린 네트워크 프로그램' 세부내용을 홈페이지에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명의로 공개했다.
클린네트워크 프로그램은 중국 공산당과 같은 악의적 행위자의 공격적 침입으로부터 국민 사생활과 기업 영업비밀 등 국가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포괄적 접근 방안이라고 소개했다.
미국국가전략연구소(CSIS)가 미국, 아시아, 유럽 등 25명 전문가와 개발한 통신장비 평가기준에 따라 안전한 네트워크를 선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무부는 지난주 소프트뱅크를 추가한 것을 포함해 총 31개 '5G 클린 이통사 리스트'를 업데이트했다.
국무부는 세계 최대 기업이 클린 이통사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며 프랑스 오렌지, 인도 지오, 호주 텔스트라, 한국 SK텔레콤·KT, 일본 NTT가 중국 공산당 감시 아래 기업과 거래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캐나다 3대 이통사가 화웨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와 제휴하기로 결정한 사실도 소개했다.
전문가는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차단하고, 우방국에 외교적으로 차단을 요청하는 것을 넘어 기업을 대상으로 줄세우기를 시도하며 압박을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가 대 국가간 의사표시로 상대국 의사에 개입하는 것은 국제 정치외교 관례상 내정간섭 논란을 유발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을 추천 대상으로 관리하며 중국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권헌영 고려대 교수는 “미국은 화웨이 장비 신규도입을 막는 1차 전략을 완료하고 기존 화웨이를 사용하는 이통사에 대해서도 제거를 유도하는 수순으로 돌입한 것 같다”며 “평가와 인증제도에 대해서는 내정간섭으로 간주하지 않는 게 외교 관례이지만, 글로벌 기업에 상당한 우회적 압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은 안전한 네트워크로 인정받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민감한 국제 정치 사안에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신경이 쓰인다는 반응도 감지된다.
미국은 중국 기업과 전면전을 확대할 태세다. 국무부는 클린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캐리어(통신사) △애플리케이션 △앱마켓 △클라우드 △해저케이블 △인터넷 접속경로 분야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모든 ICT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시장 진입은 물론이고, 해외 수출까지 전면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글로벌 기업이 받는 압박 역시 증가할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신뢰할 수 없는 IT 공급업체는 미국 국무부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으며, 모든 5G 트래픽에 대해 깨끗한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법을 준수하겠다”며 “미국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우리의 중요한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