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가와 글로벌 이동통신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세계 50개국 이상이 5G 네트워크를 신규 구축하거나 확장을 모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G 단말기와 네트워크 장비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5G 산업 생태계 확장은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한 우리나라에 새로운 기회다. 글로벌 5G 시장 헤게모니 선점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세계 92개 이통사 5G 상용화
세계이동통신공급자협회(GSA)에 따르면 7월 기준 38개국 92개 이통사가 5G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난해 4월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 이후 지난해 말까지 22개국 61개 이통사가 5G를 상용화했다.
세계 주요국가 대부분이 5G를 상용화했다. 미국 버라이즌·AT&T·T모바일이 5G 상용화를 선언했다. 이후 중국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 일본 NTT도코모·KDDI·소프트뱅크, 유럽연합(EU) 보다폰·텔리포니카·도이치텔레콤 등이 5G를 상용화했다. 중동 지역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도 5G 상용화 대열에 합류했다.
개발도상국 또는 저개발 국가가 선제적으로 5G를 상용화한 것도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필리핀 글로브는 6월 동남아시아 최초로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SK텔레콤이 5G 망 구축과 설계 등을 지원했다. 태국 AIS는 3월 2일 방콕과 수도권 5개주에 2.6㎓ 주파수를 활용한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고 4월부터 전국 확대 적용 중이다. 남미에서는 브라질, 아프리카에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상용화했다.
3G·LTE 사례를 볼때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에 비해 최신 이통기술을 2~5년 이상 늦게 상용화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주요 개발도상국의 선제적 5G 상용화는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한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개발도상국과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5G 확산세가 가속될 전망이다. GSA에 따르면 2020년 7월 기준 300개 이통사가 5G 투자를 진행 중이다. 현재 추세라면 2022년 이후부터 5G가 글로벌 이통시장의 완전한 대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700㎒·3.5㎓ 등 5G 주파수 공급 확대
세계 주요국 정부도 5G 주파수 신규 또는 추가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3월 이후 주파수 경매 일정을 수립한 국가는 53개국이다. 글로벌 주요국의 주파수 준비 현황을 보면 대세를 감지할 수 있다.
미국은 3.5㎓ 대역 경매를 완료하고 연내 3.7㎓ 대역 경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미국은 2018년 28㎓와 35㎓ 등 밀리미터파(mmWave) 위주로 주파수를 공급했지만, 버라이즌과 AT&T 등 이통사는 커버리지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국 커버리지 확보를 위해 중·저대역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이다. 프랑스(3490~3800㎒)와 스웨덴(2300~2380㎒, 3400~3720㎒) 영국(3600~3800 ㎒) 등도 유사 대역을 경매할 예정이다.
5G 커버리지 신속한 확장을 위해 600~700㎒ 대역을 경매하는 국가도 다수다. 호주는 내년 4분기 850㎒ 대역과 900㎒ 대역을 경매할 예정이다. 영국은 방송용으로 사용하던 700㎒ 대역을 2014년부터 정비를 완료, 연내 또는 내년 경매에 내놓기 확정했다.
700~800㎒ 대역은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이후 유휴대역이 됐다. 대역폭이 좁아 Gbps고속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실어나르긴 어렵지만, 다른 주파수와 결합해 전국에 5G 서비스를 확장하는데 유용한 주파수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3.5㎓ 추가대역 등 5G 후보대역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경매 시점을 확정하진 않았다. 우리나라는 2014년 정치권이 주파수 용도 지정에 개입하면서 700㎒ 대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상파UHD 방송용으로 분배되면서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세대(2G) 서비스 종료 이후 발생한 800㎒ 유휴대역과 LTE 주파수 경매에서 유찰된 700㎒ 대역, 밀리미터파 주파수 등 재정비를 서둘러야 할 전망이다.
◇5G, 초연결인프라 가치 확대
5G 상용화 확산 과정에서 단말기와 네트워크 장비 등 관련 산업 생태계도 확장됐다.
5G 단말기는 글로벌 시장에서 364개 이상 기기가 발표됐고, 164개 기기가 상용화됐다. 갤럭시노트20 등 스마트폰에서부터 사물인터넷(IoT) 모듈, 고정형무선접속장치(CPE) 등 다양한 기종을 망라했다.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는 모든 구간에 5G 기술을 적용하는 5G 단독규격(SA) 상용화가 활성화됐다. 미국 T모바일을 비롯해 호주, 남아공 등 24개국 47개 이통사가 5G SA를 상용화 했거나 추진 중이다. 5G 커버리지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스몰셀 기술개발도 탄력을 받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 이통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전례없는 위기에도 5G 투자에 대해서 만큼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가 급격히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AI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B2B 서비스용 데이터가 빠르게 순환할 수 있도록 5G 초연결 인프라 가치가 급격히 증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치한다.
우리나라도 5G 생태계 확산에 발맞춰 기존 대응 전략을 점검하고 고도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부 차원에서는 5G 주파수의 적기공급뿐 아니라 선제적 규제 완화와 산업지원정책을 점검, 5G 인프라 확산에 속도를 내는 일이 과제다.
이통사는 효과적인 망 구축을 위한 컨설팅 프로그램과 증강현실·가상현실(AR·VR) 콘텐츠, B2B 서비스 등을 수출할 수 있다.
통신 전문가는 “5G 세계적인 대중화 단계 진입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도 세계 최초 5G 상용화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글로벌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