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7월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전자문서법)이 시행된 후 20여년이 지났다. 2000년대 이후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전환하는 기업과 공공이 늘어나면서 전자문서가 자연스럽게 늘었다. 최근 전자서명법과 데이터3법 등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자문서 유통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전자문서가 데이터경제 시대 기반으로 떠오르면서 전자문서 산업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텍스트·음성·이미지까지 전자문서로…산업 생태계 갖춰
전자문서는 PC, 스마트폰 등 정보처리시스템에 의해 전자적 형태로 작성, 송신·수신, 또는 저장된 정보를 일컫는다. 전자문서법뿐 아니라 전자정부법, 정보통신망법, 민사소송전자문서법 등에 명시돼 법적 효력을 갖는다.
여기서 정보는 단순 텍스트만 지칭하지 않는다. 동영상, 음성 등도 전자문서 안에 포함되는 정보로 취급한다.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의해 만들어진 디지털 메시지로, 필요에 의해 나중에 재현하거나 열람 가능한 전자적 기록은 모두 전자문서에 해당한다. 건축도면, 이미지를 비롯해 무역이나 상거래 분야에서 사용하는 전자거래 문서까지도 포함한다.
전자문서 산업은 전자문서를 생성, 저장·보관·협업, 유통하도록 지원하는 솔루션과 장비를 개발·공급하거나 이와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 활동을 의미한다.
전자문서 산업은 1990년대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전환하는 비즈니스로 시작했다. 2000년대 이렇게 전자화한 문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하는 시스템 구축이 왕성했다. 2010년대에는 처음부터 전자문서로 생성된(본-디지털) 방식을 활용하는 전자서식 사업으로 확대하면서 산업 생태계가 형성됐다. 2010년부터 실시한 전자문서산업 통계가 2018년 국가승인통계로 지정되면서 국내 전자문서산업 관련 △산업규모 △기업 △인력현황 등 자료가 공표돼 명실상부 독자 산업으로 인정받았다.
◇전자문서 시장 10조원…향후 3년 연평균 12% 성장
전자문서 산업 분류체계에 따라 전자문서 산업은 크게 △전자문서 생성·획득·변환업(소프트웨어, 솔루션, 장비 등을 개발·구축·서비스) △전자문서 관리업(전자문서 체계적 분류·보관해 이용자 이용 지원) △전자문서 교환업(거래 당사자 간 업무유형에 따른 다양한 전자문서 교환) 세 가지로 분류된다. 생성·관리·유통·활용·보관·폐기·보안·인증 등 전자문서 생애주기별 솔루션과 서비스 제공 기업이 존재한다.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가 발간한 '2020 전자문서산업 편람'에 따르면 전자문서 사업 전체 공급시장 규모는 2018년 10조3529억원으로 전년 대비 9175억원 증가했다. 전자문서 교환업이 전년 대비 약 76.4%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3조3847억원 시장을 형성했다. 전자고지와 전자증명서, 전자영수증 등 서비스 모델이 활성화하면서 매출 증대에 영향을 미쳤다.
전자문서 시장은 향후 3년간 연평균 약 12.1%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전자문서 관리업이 14.6%로 가장 많이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자문서 교환업이 14.3%로 근소하게 많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자문서 생성·획득·변환업은 7.3%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추정한다.
전자문서 관련 사업은 기업 영역(B2B) 비중이 79.1%를 차지한다. 공공 대상 규모도 20.4%를 기록한다. 일반 소비자 대상 매출 비중은 0.5%에 그친다. 개별 분야로는 정보통신(ICT) 분야가 32.3%로 가장 높다. 유통·서비스(13.2%), 제조(12.7%), 금융(6.4%) 순으로 나타났다.
전자문서 산업 1인당 매출액은 약 2억9000만원으로 전년대비 10% 가량 증가했다. 분야별 매출액은 전자문서 교환업이 가장 큰 비중(35.9%)을 차지했다.
◇각종 법 통과로 시장 본격 개화
전자문서 시장은 올해부터 본격 개화할 것으로 기대받는다. 전자서명법과 전자문서법 개정안이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자문서 효력이 강화됐다. 특히 기존에 종이 서류를 출력해 서명을 받아야만 법적 효력이 발생했지만 개정안 통과로 전자문서에 기입한 서명도 법적 효력을 인정받게돼 전자문서와 결합한 서비스 확장이 기대된다.
전자문서법 개정안 통과로 종이문서를 스캔해 변환한 전자문서를 과기정통부가 지정한 공인전자문서센터에 보관할 경우 종이문서를 따로 보관할 필요가 없어진다. 공인전자문서중계자 진입 요건을 완화해 신기술을 갖춘 혁신 중소기업 시장 진입이 쉬워진다. 정부는 이 같은 법 시행으로 6000억원 규모 전자문서 신규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관련 업계도 법 통과 후 빠르게 움직인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행사에서 전자문서 사업 영역을 단순 전자고지에 그치지 않고 C2G(소비자·정부)와 C2B(소비자·기업) 영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주요 공공·기업·금융 등 100여개 기관 전자우편, 청구서 등을 발송한다. 지난해 카카오페이를 통해 5300만건 전자문서가 발송됐다. 전년도 대비 약 두 배 늘었다.
기존 전자문서 시장을 주도한 중소기업도 새로운 시장 대응에 나선다. 포시에스, 클립소프트 등 이폼, 뷰어 등 전자문서 솔루션 업체가 공공, 기업 등 시장을 공략 중이다.
포시에스는 상반기 미래에셋생명, 한국투자증권, 기술보증기금 등 주요 금융권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행안부, 한국지역정보개발원 등 공공과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백화점 등 제조·유통·서비스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클라우드 기반 전자문서 서비스 '이폼사인'으로 중소·중견기업, 병원, 학교 등을 공략하며 전자문서 시장 입지를 다진다.
클립소프트도 상반기 경찰청, 외교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주요 공공 사업에 제품을 공급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이어 토스뱅크에도 리포팅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확정짓는 등 공공과 금융에서 잇단 성과를 거둔다.
이파피루스도 상반기 비대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고객 문의가 이어졌다. 하반기에도 공공, 금융, 교육 등 전분야에서 솔루션 도입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는 시장이 본격 성장하는 시기인 만큼 정부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성규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장(포스토피아 대표)은 “전자문서 관련 다양한 법 통과로 기반이 만들어진 만큼 세부 시행규칙 등이 제대로 시행돼야 실질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관련 업계와 꾸준히 소통하고, 협회와 업계도 시장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도록 정부와 지속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