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 타는 광대를 보는 심정이다. 그만큼 아슬아슬하다. 국회 이야기다. 다시 빨간 경보음이 울렸다. 두 번째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나왔다. 다행히 전면 폐쇄까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양성판정을 받은 3·4일 내내 초비상이었다. 지난달 26일 확진자가 나온 지 8일 만에 같은 사례가 발생했다. 방역을 거쳐 국회 문을 연 지 불과 나흘만이다. 단 한명 환자에 국회 전체가 암흑이었다. 모든 업무가 시계태엽이 멈춘 듯 정지됐다.
가장 중요한 입법 활동부터 마비됐다. 국회 폐쇄 이틀 동안 법안 발의는 '제로(0)'였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3개월 동안 접수된 법안은 3205건이었다. 하루 평균 30건 넘었지만 국회가 문을 닫은 기간은 역사에서 사라졌다. 모든 일정도 기록에서 지워졌다. 전체회의, 상임위회의, 당정회의, 결산소위 등 대부분 회의는 취소됐다. 당에서 이뤄지는 공식, 비공식 회의도 멈췄다. 민주당 상임위별 분임토의, 국민의힘 임명장 수여식 등 일상 일정도 줄줄이 연기됐다.
여야 지도부와 국회의원도 짐을 싸야했다. 이낙연 민주당대표는 1차 확진자 발생 때는 자가 격리, 2차 때도 부랴부랴 일정을 취소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확진소식과 함께 바로 집으로 향했다. 이들을 수행했던 대변인·비서실장 등 관계자도 방역지침에 따라 모든 업무를 중단했다. 조금 과장해 미국 9·11테러 당시 '그라운드 제로'상황과 마찬가지였다. 만약에 직·간접 접촉자가 청와대나 대규모 집회라도 참석했다면, 생각하기도 끔직하다.
국가기간시설인 국회는 보안과 방역 면에서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시설보다 더 무방비로 노출됐다. 국회는 업무 특성으로 늘 많은 사람이 모인다. 업무 대부분은 협의와 의결을 위한 대면 회의다. 상임위원회 회의만 해도 국회의원뿐 아니라 실무담당자까지 포함하면 평균 40~50명이 한자리에 몰린다. 이 뿐인가. 지역주민부터 각종 민원인까지 방문객이 수시로 국회를 찾는다. 지역구 방문이 잦은 국회의원은 어느 직업군보다 다른 사람과 접촉 빈도가 높다. 자칫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슈퍼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과연 국회가 안전한지 심각하게 자문해 봐야 한다.
1일 개회를 시작으로 100일 동안 국회 일정이 빼곡히 차 있다. 회의로 시작해 회의로 끝나는 일정이다. 모두 국회에서 얼굴을 맞대야 한다. 코로나19는 다시 창궐했다. 다행히 강력한 사회 거리두기 덕분에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다. 정세균 총리는 4일 거리두기 2.5단계를 한주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예상보다 사태가 심각해지고, 자칫 코로나19와 같이 살아야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
하루빨리 '언택트 국회' 나아가 '디지털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 이미 세상은 비대면 사회로 진입했다. 대부분 기업이 재택근무를 포함한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언택트 중심으로 업무방식이 바뀌고 있다. 국회도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상징성을 감안하면 먼저 앞장서야 한다. 언택트 흐름은 단점이 있지만 장점도 많다. 특히 성과와 효율 면에서 기대 이상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1일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국회 본회장 천정에 365개 등불이 켜져 있다” 며 “민의의 전당, 국회는 365일 쉬지 않고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일하는 국회의원'이 되자는 당부다. 국회는 상징적 공간일 뿐이다. 금배지라는 '완장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의사당에 모이는 시대는 지났다. 디지털 국회를 위한 천재일우 기회가 왔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