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양재 AI허브를 찾고 있다. 지난해 창업한 AI 기반 디지털치료제(DTX) 스타트업 엔브레인은 9월부터 양재 AI허브에 새 둥지를 틀었다. 아직 시리즈A 투자를 받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이라 사무실 마련 비용에 부담을 겪던 와중 AI 허브 입주사에 선정되면서 걱정을 한층 덜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사무공간과 시설을 사용할 수 있어 연구개발(R&D)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엔브레인이 개발 중인 디지털치료제는 화학적 약물이 아닌 소프트웨어로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관리하는 기법을 의미한다. 법제상 의약품은 아니지만 질병 치료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저분자화학물(알약)을 포함한 1세대 치료제, 항체 등 생물제재를 포함한 2세대 치료제와 구분해 3세대 치료제로 분류된다. 기존 화학적 치료제 대비 독성 및 부작용이 거의 없는 데다 개발에서 상용화까지 걸리는 기간이 훨씬 짧다. 소프트웨어 특성상 개발에 성공하면 대량 생산에 필요한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이런 장점들 덕분에 최근 헬스케어 분야에서 각광받는 영역 중 하나다. 국내에서도 신기술 융복합 혁신의료기기에 대한 허가심사제를 올해 5월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엔브레인은 AI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치매 조기진단과 예방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연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 IRB 승인을 획득해 향후 임상 및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추진하는 '2020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 가운데 '치매진단 뇌 영상 AI 데이터' 분야 수행 기업으로 선정됐다. 삼성서울병원과 협력해 치매 조기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생물지표)' 발굴을 추진 중이다.
중앙치매센터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치매 노인은 올해 약 12만명 수준으로 이는 서울 전체 노인 10명 중 3명꼴에 해당한다. 전국 치매환자 숫자는 75만명으로, 오는 2024년까지 지속 증가해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는 아직 완치 효과를 낸 약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환자 본인은 물론 보호자에게도 장기간 고통을 주는 질병이다. 환자가 늘어날수록 사회 부담 비용도 덩달아 늘어나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치매환자의 치료와 조호에 지출된 비용은 총 16조3000억원에 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치매예방지침서를 통해 오는 2030년에는 글로벌 치매 사회적 비용이 1년에 2조달러(약 237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엔브레인은 디지털치료제가 치매 의료 시장에 도입될 경우 예방을 통해 치매 사회적 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수 엔브레인 대표는 “치매 조기진단 및 예방을 위한 AI 데이터를 구축하고 치매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기 위한 초석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디지털 치료제 시장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