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세계에 보여준 'K-의료' 위상

한국은 강력한 국경 봉쇄나 이동제한 없이 앞선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방역에서 'K-스탠더드'를 만들었다. 덕분에 K-의료와 K-바이오의 위상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대규모 진단검사와 빠른 확진자 추적에 도움을 줘 코로나19 방역에 결정적 기여를 한 K-진단키트와 검체채취키트 등 관련 물품 수출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분야에서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등이 내년 하반기 개발 완료를 목표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추진한다. 치료제 분야에서도 셀트리온 항체 치료제 GC녹십자 혈장 치료제 생산이 9월부터 시작된다.

서울 송파구 분자진단 바이오기업 씨젠에서 RT-PCR 진단시약을 실험하고 있다. 박지호 기자 jihopress@etnews.com
서울 송파구 분자진단 바이오기업 씨젠에서 RT-PCR 진단시약을 실험하고 있다. 박지호 기자 jihopress@etnews.com

◇'K-진단키트' 세계서 러브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핵심은 광범위한 선별검사와 빠른 추적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한국산 진단키트는 특수를 맞았다. 한국은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2주 만인 2월 3일 첫 진단시약 제품을 승인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이후 도입한 '긴급사용승인' 제도를 통해 빠른 승인이 이뤄졌다. 진단키트 기업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양산체제에 돌입하면서 확진자 급증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코로나19 진단시약 7개 품목, 코로나19 응급용 진단시약 9개 제품이 식약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첫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도 나왔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코로나19 진단시약 제품이다. 최근에는 겨울철 인플루엔자(독감)과 코로나19 동시 유행 이른바 '트윈데믹'에 대비한 진단키트도 속속 나오고 있다. 식약처는 최근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를 동시 진단할 수 있는 코젠바이오텍의 체외 진단시약 임상적 성능 시험 계획을 승인했다. 씨젠은 코로나19와 독감 등 호흡기 바이러스 5종을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진단제품을 선보였다. 바디텍메드와 젠바디도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했다.

현재 오상헬스케어, 씨젠, 에스디바이오센서,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랩지노믹스, 바이오코아, 솔젠트 등 10여개 회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했다. 최근에는 수젠텍이 코로나19 항체 신속진단키트 제품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검체채취키트 분야에서도 필로시스헬스케어에 이어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가 두 번째 FDA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했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보건산업 누적 수출액은 112억10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27.9%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바이오의약품과 진단용 시약 수출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진단용 시약은 미국, 이탈리아, 인도,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등 138개국으로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국산 진단제품의 미국 FDA 긴급사용승인 획득에 따른 해외시장 판매, 소독제 수요 급증 등 K-방역물품 수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임상물질 (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임상물질 (사진=셀트리온)

◇K-바이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상용화 잰걸음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내년 하반기 개발 완료를 목표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는 제넥신은 지난 6월 11일 개발 중인 DNA 백신 'GX-19'에 대한 임상 1/2a상을 승인받아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진입했다. 임상 결과는 10월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3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발굴에 성공해 동물시험을 진행 중이며 9월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도 개발 중인 DNA 백신 'GLS-5310'에 대한 동물실험을 진행 중으로 조만간 임상 1·2a상을 돌입한다.

코로나19 치료제 생산도 본격화된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 CT-P59는 이달 중 생산공정 검증용 생산이 시작된다. 셀트리온 항체치료제는 현재 식약처에서 임상 2상과 3상을 심사 중으로 내년 5월 임상 3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2상 결과 안전성이 확인되면 연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GC녹십자가 개발 중인 혈장치료제 'GC5131A'는 임상시험용 2차 혈장제제 생산을 개시해 10월 중순에 제제 공급을 완료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GC녹십자 혈장치료제를 포함해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로 임상 2상 승인을 곳은 7개 회사다.

부광약품은 항바이러스제로 판매되는 '레보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엔지켐생명과학도 지난 5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EC-19'에 대한 임상 2상 승인을 받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미국에서도 임상 2상을 승인받아 진행 중에 있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정'에 대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종근당은 혈액항응고제와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와 대웅제약은 만성 췌장염 및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인 카모스타트를 이용해 각각 'CG-CAM20'과 'DWJ1248정'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