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115>코로나 시대, 디지털 전환과 직업능력개발

나영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나영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코로나19 유행은 '동선(動線)의 일상'을 '랜(LAN)선의 새로운 일상'으로 바꿔 놓았다. 직장에서도 코로나19 대유행을 멈추기 위한 시차출퇴근, 원격, 재량, 재택 등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 주체들의 '새로운 일상, 즉 뉴노멀'은 생산, 소비, 유통, 노동시장,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을 더욱 빠르게 촉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디지털 전환에 대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촘촘하게 구축된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초연결사회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여실히 드러난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와 고용 안전망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계획에는 디지털 전환의 토대인 사람 중심 투자를 통한 미래형 인재 양성이 제시돼 있다. 이에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문화를 접해 온 디지털 네이티브로 알려진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등 미래 대한민국을 주도할 청년 세대를 위한 직업능력개발 분야의 혁신 방향을 제안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첫째 노동시간 단축을 재직자 훈련의 기회로 활용하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비해 휴업·휴직, 다양한 근로 형태로 유발된 노동시간 단축을 다음의 일자리를 준비하는 재직자훈련 수요로 전환하고 인력자본 투자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 301개사 가운데 40.5%가 코로나19로 매출과 업무량이 감소했다. 실제 고용 감축 기업은 9.0%, 근로시간을 조정하거나 휴업·휴직을 실시한 기업은 18.6%에 이른다. 또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 가운데 29.2%가 유연근무제를 새로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디지털 전환으로 청년층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현장훈련을 활성화하자. 디지털 교수·학습법을 적극 활용해 직업능력개발 생태계 내 이해 당사자 간 상호 반응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는 빠른 속도로 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통의 강의실 수업 위주 오프라인 훈련에서 온라인과 연계된 모바일 기기, 대규모온라인공개강좌(MOOC·무크), 에듀테크 등 다양한 전자 학습이 가능한 디지털 훈련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업능력개발의 이해 당사자인 직업훈련기관, 훈련생, 노동시장, 사회 파트너, 정부도 신속하게 반응하고 있다. 비대면 방식 확산으로 온라인 채용뿐만 아니라 디지털로 소통하는 가상도제훈련, 가상인턴십도 등장했다. 이제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네이티브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모바일 기반 학습을 가능하게 해 청년층의 직업능력개발에 대한 선호도를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또 마이크로자격, 학점당학위제 등 더 유연한 경력경로 설계를 유도해 새로운 일자리 기회를 열어 줄 것이다.

셋째 디지털 전환에 따른 현실 이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온라인학습, 원격훈련 등이 증가하고 있지만 효과 검증은 부족하다. 학력 저하와 학습 격차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지만 이를 데이터 기반으로 효과 높은 평가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훈련 품질보장을 위한 체계를 구축하고, 훈련교사의 디지털 소통 능력은 물론 디지털 학습기기 활용 능력 업그레이드 등 온라인 교수학습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 점검도 계속해야 한다.

세계는 코로나19 위기를 디지털 전환으로 대응함으로써 학습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미래 훈련수요 변화에 따라 신속한 교육훈련 탄력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직업능력개발 분야의 혁신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영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ysra@krive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