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인이 정부나 국회 관계자를 만나면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규제 개선'이다. 기업 현실을 외면하고 미래를 가로막는 규제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렵다는 불만이다.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스탠더드 미래와 국회 역할에 대해 낡은 규제 개선을 첫 순위로 꼽았다. 윤 위원장은 디지털 금융 혁신이 K-스탠더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전자금융거래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윤 위원장과 금융권 전반 혁신을 주제로 두고 인터뷰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K-스탠더드가 주목받고 있다. 정무위 소관 분야에서 대표적인 K-스탠더드로 뽑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는 무엇인가.
▲정무위는 기본적으로 규제행정기관이 소속된 부처를 담당하는 상임위원회다. 따라서 산업 표준을 논하기에는 좀 어려운 상임위라 할 수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규제혁신을 통해 금융산업 안정과 발전을 함께 도모하는 특성을 갖는다. K-스탠더드라고 하기에는 좀 과한 듯 하지만 최근 우리 금융 시장의 디지털 혁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감한 규제혁신 시도를 통해 역동성이 크게 증대했다.
우선 작년에 통과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일명 P2P금융업법)이 지난 8월 27일 발효했다. P2P금융업권을 규율하는 단일법으로는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지금 연계대부업체와 차별화해 온라인투자업자로 제도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다소 진통이 있지만 이런 '전환의 계곡'을 지나면 중금리대 대안 소비자 금융으로 착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함께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이 신제품에 목마른 소비자와 중소기업 사이를 잇는 자금 공급원으로 기능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도 대안적 금융 사례로 볼 수 있다.
또 우리의 발전된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모바일 기술 혁신을 만나면서 전자지급결제대행서비스(PG)나 간편결제 같은 디지털 지급결제 분야의 핀테크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최근 금융위원회가 '디지털금융 종합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가속화되는 디지털 금융 혁신이 K-스탠더드로 도약할 수 있게끔 2006년 제정된 이래 낡은 규제 틀을 유지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을 대폭 손질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전면적인 개정 법안을 준비 중이다.
-금융과 증권, 보험 분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현황과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핀테크,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대해선 어떤 인식을 가져가야 하는가.
▲금융 분야야말로 디지털 전환의 기반이 되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가장 밀접한 연관 속에서 '핀테크' 혁신이라는 시너지를 내온 분야다. 증권업계나 카드업계 등의 각종 단말기를 스마트폰이 대체하면서 편리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증대시키고 있다. 보험업계 역시 자동차보험이나 여행자보험을 시작으로 비대면 상품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저축성 보험이 많은 생보업계까지 비대면 상품 개발을 연구하는 추세다. 모두 전자상거래 발전의 토대가 되는 디지털 지급결제 기술과 금융보안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그런 측면에서 기존 금융권과 핀테크업계 모두 기술 혁신 성과와 금융서비스를 접목해 시장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공정한 선의의 경쟁을 펼쳐갈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산업은 지금까지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큰 흐름이었다. 앞으로 우리 금융권이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서비스업, 특히 금융서비스에는 국경이 없다. 금융회사들은 이용자를 중심에 두고 과감한 상품과 서비스 혁신 경쟁에 나서야 한다. 금융당국 또한 규제혁신을 통해 이러한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기존 금융권의 업권별 질서만을 유지하려 하거나 공급자 중심 마인드로 위험회피 일변도 영업만 해서는 낮은 경쟁력으로 비난받는다. 우리 금융시장에 미래가 없다.
금융권의 업권별 이종교합은 가격파괴와 서비스 혁신을 낳고, 국내 시장에서 검증된 혁신 서비스의 기술과 비즈니스모델을 해외에도 수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금융권과 빅테크를 포함하는 핀테크 업권이 동반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전업주의나 일사전속 같은 오래된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시장과 정부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출범한 '디지털 금융 협의회'는 그런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금융 분야 기업의 코로나19 대응 현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어떠한 변화를 준비해야 할까.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사에게는 코로나19가 역설적으로 '기회'로 다가온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금융업권은 일단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을 견뎌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대출 취급 금융업권의 경우 코로나로 어려워진 일반 기업과 가계 고통을 만기연장, 이자유예 등을 통해 분담하느라 정상 영업이 안 되는 실정이다.
자본시장 역시 연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급격한 변동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동학개미'도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장에 대한 신뢰를 통해 반전 모멘텀을 만들었다. 보험업권도 대면 영업에 크게 제약을 받는 코로나 정국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에 비대면 상품 개발과 서비스 도입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대부분의 업권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세를 비대면 경제 확산에 따른 금융의 디지털 전환으로 보고, 이에 대비하는 데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모든 금융권이 속도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비대면 금융서비스의 전면화 혹은 대폭 확대를 염두에 두고 디지털 금융혁신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기업 체질을 변화시키고 서비스를 혁신해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나 정치권도 이런 업계 흐름에 부응하기 위한 규제혁신을 과제로 짊어지고 있다. 이러한 고민의 소산이 지난 20대 국회의 '규제샌드박스' '데이터3법(신용정보법) 개정', 이번 국회의 '전자금융거래법' 대폭 개정 준비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탈세계화, 미·중 갈등 고조 등 세계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코로나19 극복 이후 국제 경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산업 공급 연계망에서부터 금융, 데이터, 네트워크까지, 이전과 같은 단일 세계화 확산을 낙관하기 어려운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은 트럼프나 시진핑 같은 갈등지향적 지도자들의 리더십에만 원인이 있지 않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시사하는 세계 패권의 이동 문제와 연관이 있다.
코로나19 같은 신종 바이러스가 대유행을 거치며 단기간 종식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도 이동성에 제약을 가하고 세계화에 제약을 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강화하는 요인 중 하나다.
-4차 산업혁명을 혹자는 데이터 경제에 비유한다. 데이터 경제 시대에서 기업이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데이터는 산업화 시대 원유에 비유된다. 빅데이터에서 마이데이터까지, 데이터라는 디지털 시대 부산물을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에는 몇 가지 제약 요인이 따른다. 하나는 규제다. 이 부분은 문재인 정부도 선진국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데이터3법'을 통과시키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규제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보안 이슈다. 전산상의 사고 또는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위협은 데이터 경제 시대의 개인화된 '안보 이슈'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기업의 보안성 확보와 신뢰 획득이 데이터 경제의 지속 발전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해 국회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정무위에게 던져진 숙제가 있다.
▲비상한 시기이니만큼 여야의 초당적 협력 통해 국가적 과제에 힘을 모아야 한다.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는 시대정신의 진전을 추동하는 양 바퀴다. 공정거래 3법 중 상법을 제외한 공정거래법과 금융그룹감독법이 정무위원회 소관이다. 두 법이 일부 대기업에게는 '반기업적'이라고 비판받기도 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실상은 독과점 위협으로부터 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보장하는 '친시장법'이라고 부르고 싶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마중물 역할과 함께 그 자체로 질 좋은 일자리를 다수 창출하는 첨단 서비스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금융산업의 혁신 또한 주요 과제다. 당장 코로나19로 성큼 다가온 디지털 금융 혁신을 뒷받침하는 '전자금융거래법' 전면 개편을 오래 준비한 만큼 이해관계자 의견을 조율해 신속히 추진하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에 필요한 리더십은.
▲협치와 실용의 자세를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통합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윤관석 위원장은
1960년생으로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인천 남동구을에서 19대 때부터 내리 3선을 지냈다. 2010년 송영길 의원이 인천시장이던 시절 인천시 대변인을 맡아 인지도를 쌓고 이후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됐다.
2016년에는 추미애 당시 당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 2기 지도부 수석대변인을 맡았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 체제에서는 문재인 캠프 공보단장으로 활약했다. 2018년에는 민주당 최고위원, 국토교통위원회 후반기 민주당 간사로 활약했다. 2019년에는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을 역임해 당내 정책을 만드는데 관여했다.
21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한국판 뉴딜 법 제도개혁 TF 공동위원장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