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과기분야서 '남북 교류 복원' 물꼬 터야"

전자신문·동북아공동체ICT포럼 좌담회
정치 쟁점 부담 덜하고 동반 성장 '윈윈'
정보공유포털 만들어 기업·민간 활용
코로나 상황 맞춰 비대면 회의 등 제언

"ICT·과기분야서 '남북 교류 복원' 물꼬 터야"

남북 간 교류 협력 복원에 정보통신기술(ICT)이 마중물로 기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ICT 분야 국제학술연구, 남북 정보공유포털 등으로 정체된 남북 협력사업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전자신문이 창간 38주년을 맞아 동북아공동체ICT포럼과 공동 개최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현 남북 관계가 악화됐지만 ICT와 과학기술 분야에서 민간 교류 등을 시도하면 새로운 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 쟁점이 약하고 남북 모두 서로 이익을 위해 교류 협력을 원하는 분야라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좌담회는 'ICT로 남북 교류 새 장 열자'를 주제로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전자신문사에서 진행됐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김광길 통일부 교류협력정책관,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이상산 한동대 교수가 참석했다.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민간 협력협의체 동북아ICT포럼에서는 석호익 회장과 최성 연구소장이 자리했다.

참석자들은 대외 변수가 많은 남북 관계의 현실을 되짚으면서 향후 개선 방향을 모색했다. 윤영찬 의원은 “남북 간 모든 교류 협력은 북·미 간 핵 협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면서 “작은 단위부터 준비해야 한다. ICT와 과학기술이 그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ICT와 과학기술 분야 협력은 우리 정부는 물론 북한도 원하는 사안이다. 우리 기업이 북한의 기술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윤 의원은 “남북 간 경제 격차가 큰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정부 당국 간 공식 대화의 길이 열리기는 쉽지 않다”면서 “민간 영역에서부터 국제학술 연구와 기술표준화 등을 시작으로 협력 단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프트웨어(SW) 등 디지털 측면에서 교류 협력을 시작하자는 제언도 나왔다. 남북 기업과 민간단체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 공유 포털 사이트를 만들어 관련 정보의 교류부터 진행하자는 취지다.

이상산 한동대 교수는 “ICT 분야 가운데에서도 SW는 인프라 투자도 필요 없다. 북한의 SW 기술 수준도 매우 높다”며 남북이 정보를 디지털화해 공유하는 온라인 콘텐츠 교류 포털 개설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ICT 특성상 자유롭게 공유하면 교류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다”며 “일각에선 우리 정보가 유출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지만 소스코드를 확인하기 때문에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인협회 부회장은 “국제 관계에서 이해관계 충돌이 없는 분야가 ICT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은 좋은 인력 자원을 갖고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에서도 무기”라며 같은 견해임을 내비쳤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ICT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석호익 회장은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ICT를 활용해 비대면 포럼, 비대면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현 상황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간 차원의 ICT 교류 협력 증진 지원 방침을 밝혔다. 김광길 통일부 교류협력정책관은 “지체되고 있지만 정부는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을 뚜벅뚜벅 추진하고 장려할 것”이라면서 “작은 접근부터 시작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등을 통해 민간 차원의 ICT 교류 협력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김 정책관은 “민간이 교류 협력 방안을 발굴하고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정부는 필요한 지원과 남북교류협력법 집행 과정에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규제를 완화해 지원할 것”이라면서 “개선 방안으로 언급된 정보공유포털 등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