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중심의 4차 산업혁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가 최고데이터책임자(CDO)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이 AI와 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 CDO 도입 등 세부 실행 방안이 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성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전자신문 창간 38주년 특별인터뷰에서 “미래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강력하면서도 유연한 데이터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면서 “이 같은 역할을 전담할 국가 CDO 도입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윤 위원장이 제시한 국가 CDO는 AI와 디지털 혁신에 필요한 데이터 보호·활용 정책을 진두지휘해서 국가가 택한 AI·빅데이터 정책 목표를 주도하고,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제고를 견인하는 역할이다.
윤 위원장은 22일 “국가 CDO는 데이터 기반 디지털 정책·산업 입안과 조정(코디네이터) 권한을 바탕으로 데이터 관련 정부 의사 결정과 전략 중심으로 대통령에 직접 보고하고, 지시 사항을 전달받아 실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방향성도 제안했다.
윤 위원장은 “국가 CDO가 공공 부문 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는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면서 “정부 차원의 데이터 기반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촉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994년 세계 최초 정보통신부 설립 이후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초석을 닦은 것처럼 국가 CDO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AI와 빅데이터 등 새로운 K-스탠더드를 제시하자는 취지다.
주요 선진국이 정부와 내각에 AI·데이터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국가 CDO 체제를 가동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국가 CDO 도입이 절실하다는 판단이다.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은 정부와 내각에 국가 CDO를 도입하고 AI 및 빅데이터를 망라한 범국가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기술정책보관 겸 국가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CDO 역할을 부여했다. 크라치오스 국가 CTO는 AI 행정명령 개발과 백악관 AI 특별위원회 총책임자로서 정부 AI 진흥을 가로막는 데이터 규제 해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위임을 바탕으로 AI·빅데이터·5G 정책에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 등 중국 기업 견제 정책인 '클린패스'도 데이터의 중국 유출을 차단하려는 크라치오스 보좌관의 문제의식이 작용했다.
프랑스는 세드리크 오(한국명 오영택) 디지털경제부 장관이 국가 데이터·AI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오 장관은 AI 붐업을 위해 15억유로를 투자해 빅데이터 저변을 확대하는 등 AI 관련 산업 활성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는 내각에 데이터 정책 총괄자를 지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옛 지식경제부 산하에 국가연구개발(R&D)전략기획단장(국가CTO)직을 신설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지경부에 소속돼 전체 정부 부처 소관에 한계에 부닥쳤고, 역할도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치중됐다.
우리나라가 주요 국가와의 AI·빅데이터 경쟁에 직면한 만큼 데이터 중심으로 사고하고 실행하는 새로운 국가 CDO가 절실하다는 게 윤 위원장의 판단이다.
윤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3법을 개정하며 AI 시대 데이터 활용의 초석을 닦았다”면서 “국가 CDO 역할을 적극 고민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주요국 AI·빅데이터 경쟁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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