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모바일 기반 디지털 페이먼트(후불) 시장이 빠르게 개화하고 있다. 신용카드 기반이 아닌 후불 방식 간편결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이 앞다퉈 언택트 채널로 후불결제를 도입한다. 반면에 한국은 전자금융거래법 전면 개정을 하반기 계획하고 있어 대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스웨덴 온라인 페이먼트 기업 클라르나는 세계 14개국, 13만개에 달하는 후불결제 연동 가맹점을 확보했다. 기업가치만 55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소비자에게 유연하고 탄력적인 대금결제 프로세스 경험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
최근 미국 의류 브랜드 H&M과 제휴해 온·오프라인 후불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상품 구매부터 배송, 반품에 이르는 쇼핑 과정 가운데 결제 취소에 대한 번거로움을 해소했다. 영국 얼터너티브 항공도 후불 서비스를 도입했다. 무이자 후불 결제 옵션을 통해 승객 결제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소액 대출 기업 화베이는 지난해 미국에 진출, 알리바바닷컴 도매상을 위한 B2B후불경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5월에는 유럽에 진출해 알리익스프레스 고객을 위한 후불결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중국 징둥닷컴 바이타오, 알리페이 화베이, 미국 온라인 대출 서비스기업 캐비지(Kabbage), 호주 애프터페이 등 다양한 사업자가 후불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시장도 변하고 있다. 호주 후불결제 이용자는 2016년 40만명에서 2018년 200만명으로 5배 증가했다. 월 사용액도 460억원에서 2900억원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중국의 경우 2018년 광군제 기간 동안 결제된 35조원 중 50% 이상이 후불결제 화베이로 이뤄졌다.
이들 기업이 내놓은 서비스는 원클릭 결제와 30일 상환 기준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할부 옵션도 경우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결제 한도는 개인 신용에 따라 책정되며, 일반 금융 CB가 아닌 핀테크 기업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을 적용한다. 비금융 데이터로 신용을 평가하는 모델이 이미 해외에서 자리잡았다. 금융 이력이 없는 고객도 제도권 안으로 편입, 후불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해외 후불결제 성장 중심에는 MZ 세대가 있다. 2017년 기준 화베이를 이용한 젊은 소비자는 약 4500만명으로 전체 이용자 중 48%에 달했다. 호주도 애프터페이 이용자 중 56%가 34세 이하 젊은 층이 차지했다.
가치 소비나 욜로(YOLO)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MZ세대가 가계소비를 주도하는 핵심 층으로 부상했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기성 세대 대비 부채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국내 핀테크 업체 대표는 “(MZ세대는) 사회 초년기부터 학자금 대출, 모기지 비용 부담을 안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금 순환이 느린 신용카드보다 후불 기반 간편결제 수단을 선호한다”며 “향후 이들 소비 패턴이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그릇이 되기 때문에 전자지불결제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2019년 기준 베이비부머 세대 1인당 신용카드 보유장수는 4.8개지만 Z세대는 1.8개로 현저히 낮다. 결제 유연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보다 쉽고 편한 쇼핑 경험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도 이 같은 소비 추세에 대비해 후불결제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소상공인 등 경제 주체 매출 증대와 성장이 절실하다. 금융이력은 없지만 소비를 주도하는 젊은 세대 후불결제 소비 니즈가 신규 수요로 연결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시대 진입을 위한 신용 평가 체계 도입을 위해서도 후불결제 시스템 도입을 연내 연착륙 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