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강점을 지닌 역할수행게임(RPG)이 해외에서 성장한다. 모바일 게임 이용자 학습 고도화와 통신망 확충 그리고 실시간 콘텐츠가 발전한 영향이다. 미국과 일본 게임 시장에서 매출 신장이 점쳐진다.
4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미국 모바일게임시장 RPG장르 매출액이 20억달러(2조3500억원)를 기록했다. 작년 대비 33% 증가했다. 다운로드 수는 1.8% 올라 작년과 비슷했지만 매출이 크게 늘었다.
전체 매출 1위는 '마블 스트라이크 포스'가 차지했다. '드래곤볼Z:폭렬격전'이 뒤를 이었다. 유력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RPG가 강점을 보였다.
넷마블 '일곱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는 올해 미국에서 전체 다운로드 2위를 기록했다. 일곱 개의 대죄는 올해 상반기 2053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중 약 70%가 미국과 유럽 발생매출이다. 일본 지식재산권(IP)을 가지고 한국 게임사가 만들어 서구 입맛에 맞는 RPG를 개척했다.
RPG 하위 장르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끈 장르는 수집형 RPG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성장 기폭제가 된 '세븐나이츠' '몬스터 길들이기' '데스티니차일드' '헬로히어로' '서머너즈워'와 같이 캐릭터를 수집, 성장시키는 장르다.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RPG는 비주류 장르였다. 이동시간이 많은 데 비해 음영 구간이 많아 RPG 동기 콘텐츠를 구현하기 힘들었다.
망이 확충되고 낮은 대역 패킷에서도 효율적으로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도록 클라이언트-서버 기술이 발전하면서 원활히 즐길 환경이 마련됐다.
이용자가 고도화된 이유도 있다. RPG는 캐릭터 종류, 스킬, 장비, 전략, 강화 등 성장 요소 등이 구조가 복잡해 학습이 어느 정도 된 이용자가 재미를 느낀다. 비교적 학습 허들이 낮은 소셜, 캐주얼, 전략에 치중했던 미국 이용자 학습 곡선이 RPG를 즐길 정도로 올라온 덕에 RPG 매출이 올라간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 곳에서 게임을 즐기며 투자 시간이 많은 RPG를 즐기기 용이한 환경도 조성됐다.
RPG 장르가 성장함에 따라 한국 개발사 해외 진출에 순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중국과 더불어 RPG 장르에 노하우를 가진 게임사가 많다. 장르 특성상 가입자당평균매출(ARPU)과 지출이용자당평균매출금액(ARPPU)이 높아 성과가 기대된다. 더구나 RPG로 북미 시장을 꾸준히 노크했던 중국이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고 대장격인 텐센트가 행정부 퇴출 대상으로 찍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일본에서도 한국 RPG 신장이 기대된다. 일본은 가챠형 수집형 RPG가 고도로 발달한 세계 3대 시장이다. 하지만 독특한 게임문화에 외산 게임 무덤이라고 불린다. 국내 게임이 숱한 시도를 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넷마블 '세븐나이츠'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교두보를 확보한 정도다.
최근 일본 게임과 비교해 우위에 있는 실시간 경쟁 콘텐츠가 일본 이용자에게 어필하면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넥슨이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V4'를 선보였다. 출시 일주일 만에 매출 2위까지 올랐다. 넷마블은 MMORPG와 배틀로얄을 융합한 'A3'를 출시할 계획이다.
나카니시 케이타 넥슨 일본법인 사업본부 부장은 “국가별 MMORPG 이용자 플레이 경험, 캐릭터 성장 체감 등이 조금씩 다른 점을 고려해 현지화 작업을 했다”며 “다른 이용자와 섞여 플레이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