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호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팀이 마이크로파 세기를 이론적 한계인 1초간 측정기준 1아토와트(100경 분의 1와트) 수준으로 검출할 수 있는 초고감도 검출기를 개발했다.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을 받았으며, 미국 레이시온 비비엔, 하버드대, MIT, 스페인 바르셀로나 과학기술연구소, 일본 물질재료연구기구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길호 교수팀은 볼로미터의 소재와 구조 혁신을 통해 마이크로파 세기를 기존 대비 10억배 향상된 민감도로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전자기파의 한 종류인 마이크로파는 이동통신, 레이더, 천문학 등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양자컴퓨팅, 양자정보통신 등 양자정보기술에도 활용 가능하다고 알려지면서, 마이크로파를 초고감도로 검출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현재 마이크로파 검출기로 사용되는 볼로미터는 마이크로파 흡수 소재, 흡수한 마이크로파를 열로 바꿔주는 소재, 발생한 열을 전기 저항으로 변환하는 소재로 구성되며, 전기적인 저항 변화를 이용해 흡수된 마이크로파 세기를 계산한다.
그러나 볼로미터는 실리콘이나 갈륨비소 등 반도체 소자를 마이크로파 흡수 소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검출 한계가 1초간 측정 기준 1나노와트(10억 분의 1와트) 수준에 머무는 등 정밀한 세기 측정이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파 흡수 소재로 반도체가 아닌 그래핀을 사용해 마이크로파 흡수율을 높였다. 그리고 두 개의 초전도체 사이에 그래핀을 끼워 넣는 '조셉슨 접합 구조'를 도입해 그래핀에서 발생하는 전기 저항 변화를 10피코초(1000억 분의 1초) 이내로 검출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마이크로파 검출을 이론적 한계인 1초간 측정 기준 1아토와트(100경 분의 1와트) 수준으로 높일 수 있었다.
이길호 교수는 “연구는 차세대 양자소자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기반 기술을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 기술을 활용하면 양자컴퓨팅 측정효율을 극대화해 대규모 양자컴퓨터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차세대 양자정보기술 상용화를 위한 원천 연구로 인정받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이 교수팀의 연구는 2017년 6월 삼성미래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지원받고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과학기술 육성을 목표로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시행하는 연구 지원 공익 사업이다. 지금까지 603개 과제에 7729억원을 집행했으며, 국제학술지에 총 1255건의 논문이 게재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 중 네이처, 사이언스 등 최상위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논문도 101건에 달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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