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10년 후 시장을 선도할 '차차세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발굴에 나선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산업에서 이른바 '미래선도품목'을 선정, 연구개발(R&D) 고도화에 총력을 쏟는다.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미-중 무역 마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공급망(GVC)에 대응하기 위한 '소부장 2.0'과 함께 10년 후를 내다보는 '초격차 R&D'를 추진, 첨단 소부장 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6일 산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소부장 관련 국내 주요 학회·협회·단체, 대학, 공공연구기관 등을 대상으로 미래 선도 품목 발굴 작업에 착수했다. 주요 산업 분야에서 활용돼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을 파악, 선제적 지원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과기부 산하 과학기술혁신본부는 현재 한국분말야금학회, 한국탄소학회 등 주요 소부장 관련 학회를 대상으로 '미래 소재' 수요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10년 후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기계·금속 △전기·전자 △기초화학 △바이오 △그린에너지 △비대면 디지털 △융합산업 등 10대 산업에 적용될 차차세대 소재를 찾는다. 원소재와 소부장 적용 방안, 최종 제품 활용 분야, 선정 필요성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산업계는 저항이 낮은 자성 소재, 투명한 고전도 소재 등 이른바 '패러독스(역설) 품목'이 R&D 고도화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가 경쟁국보다 한발 앞서 미래 기술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한층 차별화한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반도체를 비롯해 전고체 배터리,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자율주행차 등에 적용될 소부장 품목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과기혁신본부를 중심으로 산업별 주무 부처가 미래 선도 폼목 발굴에 참여한다”면서 “올해 말까지 선정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업을 위해 과기부, 산업통상자원부(반도체 등), 보건복지부(바이오), 환경부(그린에너지), 중소벤처기업부(비대면 디지털) 등 관계 부처와 산·학·연 전문가들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및 GVC 대책 수립 당시처럼 총 100개 이상 미래 선도 품목을 선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선도 품목 발굴은 '소부장 2.0' 전략에 담긴 '소부장 R&D 고도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산업부는 지난 7월 소부장 2.0 발표 당시 오는 2022년까지 미래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10대 핵심 전략 기술과 차세대 전략 기술에 5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소부장 선진국에 앞서 미래 공급망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선도 품목은 GVC 재편 위기를 넘어 미래 소부장 시장까지 대비하겠다는 R&D 적극 정책”이라면서 “우리 소부장 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시키는 발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