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져 있는 모든 금융계좌를 손쉽게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계좌정보통합관리 기능을 제2 금융권은 물론 빅테크, 핀테크에 개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은행 고유 권한인 자동이체 정보까지 핀테크에 열어 주는 셈이어서 본격적인 계좌 이동이 예상된다. 자동이체는 물론 계좌별 잔액 조회 등 금융권 핵심 서비스를 이제 네이버, 카카오, 토스, 핀크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7일 금융·정보통신 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 중심으로 개인 계좌별로 연동된 자동이체 내역을 조회할 수 있는 페이인포 서비스를 핀테크 기업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계좌정보 통합관리서비스는 고객이 자동이체 정보를 조회·변경·해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자산을 일괄 조회하고 해지 및 잔액을 이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자동이체 통합은 페이인포, 자산 조회는 어카운트 인포 서비스를 통해 이뤄진다.
우선 금융 당국과 금융결제원은 어카운트인포 '내계좌 한눈에' 서비스 채널을 은행권에 이어 핀테크 기업 비대면 채널로 확대 추진하기로 했다. 제2금융권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고객은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은행권에 개설된 계좌 정보를 일괄 조회한 후 오픈뱅킹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
핀테크 기업 서비스를 통해 계좌 관련 다양한 조회나 이동 서비스가 가능해짐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오픈뱅킹 활성화가 기대된다.
특히 핀테크 기업은 오픈뱅킹 개방형 인프라인 개방형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을 연동해 기존 스크래핑 방식 대비 개발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소비자를 유입할 수 있는 킬러 서비스를 발굴할 길이 열렸다.
그동안 토스를 비롯해 빅테크 기업은 은행만이 이용 가능한 계좌통합관리의 개방을 요구해 왔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핀테크 서비스를 활용해 계좌조회와 자동이체 기능까지 활용할 수 있어 자기정보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좌번호를 일일이 입력하는 번거로움 없이 네이버나 카카오 등을 통해 계좌 등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자주 이용하는 핀테크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본인 명의의 은행 계좌정보를 확인하고 편리하게 관리하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초기 논의 상황이지만 어카운트 인포에 이어 자동이체 통합관리 서비스 페이인포도 핀테크사에 개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금융회사에 등록된 자동이체 정보를 한 번에 조회하고, 등록된 자동이체를 다른 계좌나 카드로 변경·해지할 수 있는 국내 유일 서비스다.
현재 금결원과 은행 채널에서만 제공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어카운트인포와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금융선택권을 강화하고 핀테크와 금융권 간 공정 경쟁을 위해 서비스의 API를 통한 개방 논의에 착수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전통 금융사는 계좌 관련 독점 권한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굳이 은행을 통해서 자동이체나 조회 등을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정한 오픈뱅킹 생태계를 위해 고객 자동이체 납부 현황을 분석하고 대출 은행 계좌 등으로 자동이체 이동을 제안, 대출금리 인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금결원 관계자는 “은행 외 선호하는 자금관리 플랫폼에서 자동이체 관리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이용자 접근 가능 채널이 대거 확대될 것”이라면서 “자동이체 핵심 인프라를 핀테크 업체에 개방하게 되면 중장기로 금융기관 간 경쟁이 촉진돼 금융소비자 혜택이 증가하는 나비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은행 등 전통 금융사는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을 통한 본격적인 계좌 이동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다각도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핀테크를 통한 가입자와 등록계좌 비중은 각각 79%, 67%에 이른다. 통합관리 기능이 핀테크에 개방될 경우 은행은 핀테크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특히 시장 지배력이 높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이 계좌통합관리 기능까지 활용할 경우 파급력은 은행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로 고객 계좌정보 등을 활용한 마이데이터 사업까지 연결할 수 있어 이번 계좌통합 서비스 개방은 '제2 테크핀 전쟁' 도화선이 될 공산이 높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