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중계장치(기지국·중계기)를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동의만으로 설치 또는 철거할 수 있게 된다.
5G 기지국을 설치할 때 공동주택 입주자 3분의 2 동의를 받도록 해 논란이 된 제도가 시행 1년여 만에 개정, 5G 인프라 확산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 개선은 5G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주택관리 주무부처인 국토부간 면밀한 논의 없이 기지국 설치 3분의 2 주민동의제가 도입됐다는 본지 문제제기 이후, 양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 〈본지 7월 3일자 1면·5면 참조〉
국토교통부는 이동통신 구내중계설비 설치·철거 요건을 변경하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통 중계장치에 한해 특례적으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명시된 주민동의 요건을 완화하는 게 골자다.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에서 입주자회의 동의만으로 이통사와 계약을 체결해 5G·LTE 기지국을 설치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공동주택 단지 내 옥상에 이동통신 중계기를 설치하는 경우 입주자 3분의 2 동의를 받아야 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방자치단체의 이통 중계장치 설치 행위 규제도 기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완화됐다. 이통사는 입주자대표회의 동의 결과를 토대로 지방자치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에 대한 신고로만 설치 또는 철거가 가능해진다. 기존에는 최종적으로 지자체장 허가를 받아야 해 이중 규제 논란을 빚었다.
이통 중계장치 설치·철거 동의 관련 절차가 사실상 국토부가 공동주택 입주자 3분의 2 동의제도를 도입하기 이전인 지난해 9월 수준으로 간소화됐다. 이통사는 입주자 3분의 2 동의가 이뤄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예전 절차대로 입주자대표회의와 원활한 협의를 통해 아파트 옥상에 5G 기지국 설치가 가능해 인프라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통사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기존 시흥, 안산 등 일부 아파트 단지의 경우 입주자 3분의 2 동의제도로 인해 이통사와 심각한 갈등을 야기했다.
앞서 국토부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중계장치를 '부대시설' 정의에 포함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형식상 동의도 얻었다.
하지만 부대시설에 포함된 설비가 '공동주택관리법'에 근거해 입주자 3분의 2 동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7월 21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첫 업무보고에서 입주자 3분의 2 동의제도로 인한 5G 망 구축 지연 우려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문제 제기가 지속됐다. 과기정통부와 국토부가 제도 개선 협의에 박차를 가한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디지털뉴딜 핵심 과제로 5G 인프라 확산을 추진 중이다. 5G 확산을 위해 가장 큰 걸림돌로 인식된 규제가 완화되면서 초연결 인프라 확산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통 3사는 2022년까지 25조7000억원을 투자해 전국 행정동과 읍면 중심부에 5G 전국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새로운 제도는 입법 예고를 거쳐 이르면 연내 시행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5G 이동통신 이용이 활성화되고 재난이나 사고 발생 시 원활한 긴급통신이 가능해지는 등 입주민의 생활 편의와 안전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동통신 중계 장치 설치·철거 제도 개선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