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데이터로 입증된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 자료에 따르면 1912~2017년 우리나라 평균 지표 온도는 1.8도 상승했고, 21세기 말 폭염 일수는 연간 10.1일에서 35.5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맞게 빌딩의 에너지 관리와 안전한 건물관리 중요성이 높아진다. 코로나19로 항시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체감 온도는 더 민감해지고 있어 에너지 효율뿐만 아니라 쾌적함을 유지해야 하는 등 건물관리에 어려움이 많아졌다.
오피스·상업시설 등 빌딩의 건물관리는 빌딩을 이용하는 고객 만족도와 직접 연결되고 임차인을 유치하고 건물 공실을 줄이는 건물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건물주는 번듯한 건물만 지어 놓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철저한 보안, 화재·정전·누수 등 안전 관리, 에너지 관리, 사고 대처 등 많은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
최근 지어진 빌딩에는 전문 설비가 갖춰져 있는 경우도 많지만 부동산시설관리(FM) 회사가 변경되면 시설 운영 방식, 통계자료 등이 모두 다시 세팅돼야 한다. 건물마다 전문가를 두기에는 역시 비용이 부담스럽다. 여기에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보면 신축 빌딩은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의무화가 확대돼 향후 5~10년 후 거의 모든 건물에 BEMS가 필수화 된다. 애초 500㎡ 이상 공공건축물에 대한 제로에너지 인증 의무화 시기가 2025년에서 2023년으로 앞당겨지고, 2025년부터 민간건물까지 제로에너지인증을 받도록 의무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건축 기간을 고려했을 때 지금 건물을 새로 지으려면 무조건 BEMS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건물기획 단계부터 적극 검토해야 한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투자비는 물론 BEMS의 전문 운영까지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건물마다 건물관리 전문가를 상시 배치하고 에너지 데이터 관리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이어서 선뜻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변화 속에 건물관리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건물관리 영역에서 이제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로 건물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에너지 절약은 물론 원격에서 전문가가 안정감 있게 컨트롤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통합관제센터에서 원격 센서 기반으로 전문가들이 24시간 관리 아래 즉시 상황에 대응하고, 데이터를 분석해서 사전 장비 교체 및 개선을 통해 2차 사고를 예방함으로써 임차 고객의 만족도와 오피스빌딩의 신뢰 및 가치를 높이는 방식의 새로운 서비스가 대세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KT에스테이트는 지난 2018년 8월 인공지능(AI)을 통한 에너지 절감과 원격 보안에 강점이 있는 스마트 통합 관제 플랫폼을 개발, ICT 기반 건물관리를 본격화했다. 자동제어시스템을 기반으로 빌딩의 주요 설비를 모니터링하고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지능형 관제 플랫폼을 적용한다. 서울 정동빌딩에 적용해 본 결과 냉동기 비용 최적화, 냉수 온도 제어, 난방 공급 스케줄 조정을 통해 냉방 에너지 30% 절감 효과를 보였다. 입주 고객이 사무 공간에서 느끼는 냉난방 관련 고객민원(VOC)은 현저히 줄었다.
건물관리 시장은 ICT 기반으로 변화 가시화가 전망된다. 건물주 입장에서 에너지, 비용 등의 효율성을 높이고 입주자 입장에서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고 생활하도록 하는 통합 관제 플랫폼과 같은 기술이 건물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ICT 산업계와 건물 관리자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조범진 KT에스테이트 자산사업본부장(전무) bj.cho@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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