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의 특성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12일 발표한 특고 관련업체 151개사 대상 '특고 고용보험 도입에 대한 업계의견'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서는 특고 고용보험 도입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특고는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므로 이를 고려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정부는 '전국민 고용보험' 추진의 일환으로 지난 9월 특고 고용보험 적용을 위해 관련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주요내용은 △특고는 고용보험에 당연가입 △사업주와 특고가 고용보험료 공동부담 △사업주가 특고의 고용보험 가입을 관리 등이다. 특고는 보험설계사, 캐디, 학습지교사, 택배기사 등과 같이 근로자가 아니면서 자영업자처럼 사업주와 계약을 맺고 일한다.
정부안에 대해 업계는 특고의 특성을 감안해 △고용보험 가입은 옵트아웃(Opt-out: 신청할 경우 가입 예외) 또는 임의가입(신청할 경우에 가입) 방식으로 하고 △고용보험료는 사업주가 더 적게 부담하거나 특고가 전액 부담해야 하며 △고용보험 가입 관리는 특고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또 근로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입법될 경우 △저성과 특고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사업주와 특고 간 노사문제로 비화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업계는 특고 고용보험 도입 자체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었다. 근로자와 같은 방식인 '정부안에 찬성'(24.7%)하는 의견과 '정부안을 보완해 도입'(48.0%)하자는 의견을 합하면 72.7%의 응답기업이 특고 고용보험 도입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정부의 특고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에는 반대가 많았다. 응답기업 10곳 중 9곳은 특고가 원치 않을 경우 예외를 인정하길 원했다.
업계가 '당연가입 방식'에 반대하는 이유는 특고의 실업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단시일 내에 일을 그만두면 보험료만 내고 실업급여는 받지 못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특고의 비자발적 실업 가능성'에 대해 '낮다'는 응답이 84.1%에 달했다.
고용보험료를 사업주와 특고가 절반씩 부담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이 더 많았다. 현재 근로자의 고용보험료는 기업과 근로자가 각각 급여의 0.8%(총 1.6%)를 분담하고, 자영업자의 경우 2%를 전액 본인이 부담한다.
업계는 특고가 자영업자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고용보험료 역시 '특고가 모두 부담'(26.5%)하거나 '사업주가 일부 부담하더라도 특고보다는 적어야'(31.8%) 한다는 응답이 58.3%에 달했다.
업계는 정부안대로 특고 고용보험이 입법될 경우 해당 산업의 생태계와 노동시장에 미칠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우려했다. 먼저 특고 고용보험 관리를 사업주에게 맡겨 '관리 부담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기업의 94.0%가 '관리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답했다.
저성과 특고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성과가 낮은 특고에 대한 계약해지 가능성'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라는 응답이 74.2%에 달했다.
업계는 특고 고용보험 도입이 노사문제로 직결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사업주가 특고 고용보험료를 분담할 경우 이를 빌미 삼아 특고가 근로자와 같은 대우를 요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인식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특고는 근로자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주요국에서도 고용보험에 당연가입으로 하지 않는다”며 “현실과 동떨어지게 제도를 만들면 오히려 해당 산업과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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