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서비스 안정화 조치와 이용자 보호 의무가 부과됐다. 그럼에도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CP와 국내 CP간 망 이용료 역차별로 인한 불공정 경쟁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는 국내 통신사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서비스 이용 시 통신사에 망 이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반면에 글로벌 CP는 네이버, 카카오와 달리 망 이용료를 부담하지 않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IDC에 캐시서버를 설치해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무상으로 IDC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글로벌 CP는 막대한 자본력과 방대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대규모 가입자를 모았다. 이제는 가입자를 배경으로 국내 통신사와의 협상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며 망 이용료를 부담하지 않고 있다.
망 이용료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대용량의 초고화질 영상을 비용 부담없이 스트리밍할 수 있다. 그러나 동일한 초고화질 영상을 국내 CP가 제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CP는 국내 CP에 비해 경쟁에서 유리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내 CP는 글로벌 CP와의 공정경쟁을 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인터넷 생태계에서 국내 CP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CP가 글로벌 CP와 공정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글로벌 CP에도 트래픽에 상응하는 망 이용료가 부과돼야 한다.
글로벌 CP도 서비스 이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사업자로서 한국 사회에서 사회·경제 책임을 다하는 길이 될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따라 입법 예고된 시행령에 따르면 글로벌 CP는 이용자가 이용 환경과 관계없이 안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다중화와 서버 용량을 확보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통신사와 관련 사항을 협의하도록 해서 글로벌 CP도 망 품질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CP가 망 품질에 대한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고 통신사와 IDC 등 망 이용에 대한 계약 체결과 망 이용료 지급은 결국 글로벌 CP와 통신사 간 협상을 통해 최종 결정돼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협상력 우위에 있는 대규모 가입자를 두고 있는 글로벌 CP가 망 품질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고 망 이용료를 부담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가 큰 상황이다.
한편 유럽에서는 글로벌 CP가 통신사에 망 이용료를 지불한 사례가 있다. 프랑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은 통신사 오랑주가 CP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망 이용료를 요구하고 증설을 거부한 데 대해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오랑주는 이를 근거로 구글에 망 이용료를 부과했다.
또 코로나19 확산 이후 인터넷 트래픽이 급격하게 증가하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인터넷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지난 3월 CP에 동영상 품질을 낮출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구글은 유럽에서 유튜브 영상 화질을 고화질(HD)에서 표준화질(SD)급으로 조정했고, 넷플릭스도 스트리밍 전송률(비트레이트)을 낮췄다. 이에 따라 유럽 내 넷플릭스 트래픽이 약 25% 감소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CP와 국내 CP 간 차별 환경의 근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에만 그치지 말고 실제 이를 적용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정부, 국회 등의 관심과 감시·모니터링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정훈 청주대 경영학부 교수 hoon@c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