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부회장, 네덜란드 ASML 방문…"EUV 노광기 공급방안 논의"

삼성전자 초미세 반도체 초격차 이끌
1500억원대 노광기 선점 경쟁 팔 걷어
버닝크 CEO와 미래기술 개발 등 논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번째)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세번째),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왼쪽 첫번째), 피터 버닝크 ASML CEO(맨 오른쪽) 등과 함께 ASML의 EUV 노광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번째)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세번째),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왼쪽 첫번째), 피터 버닝크 ASML CEO(맨 오른쪽) 등과 함께 ASML의 EUV 노광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본사를 찾았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제조용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과 향후 EUV 장비 공급 계획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버닝크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CTO 등을 만났다고 밝혔다.

ASML은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다. 첨단 반도체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EUV 노광 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노광 공정에서 범용으로 쓰이는 불화아르곤(ArF) 광원과 달리, EUV 광원을 이용해 보다 균일하고 반듯한 회로 모양을 웨이퍼 위에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노광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 장비는 한 대당 가격이 1500억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차세대 초미세 반도체 구현을 위한 필수 장비로 떠오르면서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대형 반도체 회사 간 EUV 노광기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부터 ASML과 초미세 반도체 공정 기술 및 장비 개발을 위해 협력해 왔다. 2012년에는 ASML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도 ASML 최고 경영진과 수년 전부터 소통하며 EUV 시대를 준비했다. 지난 2016년 11월 삼성전자를 방문한 버닝크 CEO 등 ASML 경영진을 만났고, 지난해 2월 프랑스 파리에서도 만나는 등 기술 관련 논의를 지속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EUV 시스템을 반도체 양산 라인에 적용했다. 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인 파운드리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에도 EUV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이 부회장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EUV 노광기 선점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버닝크 CEO를 직접 찾아 만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만남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김기남 부회장도 배석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버닝크 CEO는 EUV 장비 공급계획 논의 외에도 △미래 반도체를 위한 차세대 제조기술 개발 협력 △포스트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미래 반도체 기술 전략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또 이 부회장은 만남 이후 ASML의 반도체 제조장비 생산공장을 방문해 EUV 장비 생산 현황을 직접 살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