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구글의 자신감, 한국이 키워 주나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국정감사를 앞두고 논란이 되는 사안을 발표하다니… 자신감이 대단하네요.”

국감을 앞두고 구글이 구글플레이 자사 빌링시스템 강제를 공식화하자 국내의 한 인터넷 업체 관계자가 한 말이다.

구글은 지난 7월 전자신문 보도로 알려진 빌링시스템 강제 방침을 약 2개월 동안 공식화하지 않았다. 구글 본사에서 한국을 한정해 '함구령'을 내렸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한국 여론을 의식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정책을 강행한 셈이다.

'구글의 자신감이 대단하다'는 평가는 일종의 푸념처럼 들린다. 한 기업이 한국 정부와 입법기관을 무시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심기가 이면에 있다. 구글이 입을 닫고 있는 동안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해야 할 우리나라 공적 시스템은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회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을 놓고 정쟁을 벌이기 바빴다. 이미 해명이 충분히 이뤄진 포털의 뉴스편집, 검색 이슈는 이 순간에도 국회에서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사후 규제기관이라는 이유로 한발 물러나 있다. 인과관계는 없지만 이 기간 오히려 국내 기업에 칼날을 들이댔다. 공정위는 9월, 10월 2개월 사이 네이버에 총 30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국내 인터넷 부동산·쇼핑·동영상 부문에서 공정 경쟁을 해쳤다는 이유다.

공식 발표가 나기 전부터 “전임 위원장이 시작한 일로 어떻게든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네이버가 소송한다고 하니 공정위 판단에 대한 평가는 뒤로 미루더라도 “성과 내기 편한 국내 기업만 잡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공정위는 2013년 구글 애플리케이션(앱) 선탑재 사안을 조사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 등이 동일 사안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하자 2016년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 사안은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발 빠르게 과징금 처분을 내린 네이버 사례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글로벌 기업 제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국회 역시 정쟁보다는 건강한 생태계 환경 확보에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