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울트라신글라스(UTG) 기술 확보에 나섰다. UTG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삼성디스플레이가 상용화한 폴더블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이다. 중국의 한국 디스플레이 추격이 폴더블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BOE는 최근 UTG 상용화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BOE는 국내 복수의 UTG 관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를 만나 협력을 타진하고 있다. 폴더블 유리 가공과 관련된 기업이 주 대상이다. 이 프로젝트는 BOE 내 부총재급 인사가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BOE가 2000만대 규모의 폴더블 패널을 양산할 계획이라면서 UTG 협력을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다.
UTG는 폴더블 패널 위에 씌우는 초박막 유리다. 유리는 일반적으로 단단한 성질을 띠고 있어 구부리거나 접으면 깨진다. 그러나 두께를 얇게 하면 필름처럼 유연해져서 접었다 펼 수 있다. 단 충격에 깨지지 않도록 특수 가공이 필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만회 이상을 접었다 펴도 손상 없는 UTG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양산 체계까지 갖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용화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폴더블폰에 UTG가 적용됐다. UTG는 심미적 디자인도 뛰어나 기존 커버 윈도 소재로 주목받던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을 밀어내고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로 떠올랐다.
BOE는 UTG가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을 좌우할 기술로 떠오르자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폴더블 디스플레이 사업 핵심으로 UTG를 필요로 한 것이다.
관심은 BOE가 UTG 기술 확보에 나서면서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와의 기술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데 있다. BOE는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제패에 이어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발을 넓히고 있다. 이미 화웨이, LG전자 등에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한 데 이어 애플 아이폰 납품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차세대 OLED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폴더블에까지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의지여서 한국 디스플레이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BOE는 UTG 내재화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노하우나 기술 유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BOE의 UTG 개발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BOE는 UTG 기술 내재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 “BOE의 기술 습득이 향후 국내 업계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BOE가 하이디스를 인수해 LCD 시장을 석권한 것처럼 UTG에서도 기술 흡수를 통해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중국 업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국내 생태계 규모를 키우고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국내 부품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중소업체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이 갖춰진다면 우수한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 해외로 나갈 일은 줄어든다”면서 “UTG 생태계를 키우면 중국의 기술 내재화 및 추격을 최대한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