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은 20일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감사를 통해 경제성 평가와 의사결정 과정의 적정성을 중심으로 파악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나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정책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로써 국정과제인 에너지전환 정책은 다시 추진 동력을 얻게 됐다. 하지만 정치권을 위주로 감사 결과를 두고 쟁점을 이어가면서 정치적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감사원,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경제성' 평가 '불합리' 판단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국회감사요구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해 △경제성 평가의 적정성 △조기폐쇄 과정의 적정성 두 항목을 중심으로 감사를 벌이고 평가했다. 그 결과 월성1호기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평가됐고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담당자 비위행위가 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우선 월성1호기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평가됐다고 진단했다. 이날 공개된 감사원 보고서에서는 “2018년 6월 11일 삼덕회계법인이 한수원에 제출한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에서 월성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 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면서 “산업부와 한수원이 2018년 5월11일 삼덕회계법인에 전년도 판매단가가 아닌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되는 한수원 전망단가를 적용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행위가 경제성 평가결과의 신뢰성 저하를 불러왔다는 것이 감사원 판단이다.
감사원은 또 월성1호기 조기폐쇄 의사결정 과정에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정재훈 한수원 사장, 당시 산업부 실무 직원의 비위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행위가 의사결정 과정 다양성을 가져오지 못하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백 전 장관이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방침 결정업무' 등을 부당처리했다고 판단했다. 백 전 장관이 2018년 공직에서 퇴직한 점을 감안해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 조치했다.
당시 산업부 담당 국장과 과장에 대해서는 월성1호기 관련 자료 삭제 지시에 대해 경징계 이상 징계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또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게는 '주의'를 줬다. 조기폐쇄 시기 검토업무와 경제성 평가업무 수행 과정에서 관리·감독이 부적정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외 한수원 이사회 등에서는 처분요구나 인사자료를 통보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경제성만 봤다지만...정치 쟁점화 된 에너지정책
감사원은 20일 공개한 감사결과에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경제성을 위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원전 안전성이나 지역수용성 같은 문제는 이번 감사 범위에서 제외했다. 이 때문에 '에너지 전환정책'이나 그 일환으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같은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연관 정책에 대해서는 감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판단이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감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에너지정책이 '정쟁'으로 비화됐다. 감사원은 최종적으로 '경제성'만을 판단했지만 실제는 정치 쟁점으로 점화하는 역할을 했다.
애초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감사는 지난해 9월 30일 야당 의원들 요구로 시작됐다. 이후 386일간 감사가 이뤄졌다. 당초 지난 2월 29일이 법정 감사 시한이었지만 감사시한을 234일 넘겨서야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국정감사를 진행하던 이번 달에는 지난 7일부터 19일까지 여섯 차례나 회의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과정이 이어지면서 현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
실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감사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감사 결과를 두고 공방이 오갔다. 당시 에너지 정책을 담당했던 산업통상자원부 전·현직 관료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수시로 감사원에 불려 다녔다. 일상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 정도로 고강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정책을 담당하는 전·현직 관료와 에너지기관 수장이 고강도 감사에 노출되면서 피로도가 가중됐다.
◇향후 정치 공방 지속 가능성 커
감사원이 에너지 분야에서도 민감한 원전 정책에 대해 감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정치적 파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경제성이 없다면서 조기폐쇄한 결정에 대해 즉시 가동중단 시 감소되는 비용의 추정이 과다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명명백백한 수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명확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정의당은 이날 '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감사 결과' 관련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발표 이전에 이미 법원에서 월성 1호기 폐쇄 판결이 난 상황이란 점을 정치권은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다른 의견을 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감사원 결과 발표는 (정치권에선) 양쪽 모두에게 탐탁치 않은 결과로 당분간 정치 공방이 예상된다”면서 “에너지전환 정책 관련 논란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