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첫 국정감사가 26일 끝났다. 예측이 틀리지 않았다. 여야 모두 민생국감, 정책국감을 표방했지만 여론 반응은 신통치 않다. '맹탕'국감으로 시작해 '정쟁'국감으로 번지다가 결국 '막장'국감으로 끝났다. 현안이었던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서도 한방이 보이지 않았고 월성 1호기 같은 이슈는 '수박 겉핥기' 수준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건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정치 사안으로 변질됐다. 국감 본연의 취지인 행정부를 겨냥한 날카로운 지적이나 민생 현안을 속 시원히 풀어주는 해법은 보이지 않았다. 초선의원이 과반에 달했지만 국감장을 뒤흔든 국감 스타도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류호정 정의당 의원 같은 청년 정치인이 주목을 받은 점이 위안이다.
21대 국회의원 누구나 '성과는 없고 말잔치가 요란한 국감'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물론 국감이 갖는 근본 문제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20여일 짧은 시간에 수많은 피감기관을 상대하기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밀도 있는 자료 분석과 치밀한 현장 점검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래도 국감이 갖는 본연의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감 스타도, 국감장을 뒤흔들 한방은 없었지만 그래도 무심히 지나쳤던 정책 현안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한 사례는 적지 않았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언제부터인가 국감은 그 때뿐인 '일회성' 연례행사로 흘러 버렸다. 국감에서 많은 지적이 나왔지만 정작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사후 점검과 평가 체계를 갖춰야 한다. '용두사미 국감'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감 당시보다 이후가 중요하다. 사후조치에 대한 피드백과 평가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감 시즌만 넘기면 그만이라는 고정관념을 뿌리 뽑아야 한다. 잘못된 정책에 대한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1년 365일 국감이 이뤄지더라도 '쇼 타임'에 끝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국감 이후에 국회와 행정부가 정신 차려야 한다. 국감은 끝났지만 국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