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직원 250명을 내보내야 하는 여행박사 사장 글이 화제가 됐다. NHN이 2년 전 인수한 중견 여행사도 코로나19 한파를 이겨내지 못했다. 이스타항공 상황은 조금 더 심각하다. 여행·숙박·도소매업·음식 서비스업종은 힘든 나날이 이어진다. 정부 지원만 바라본다. 자영업자 한숨소리는 커진다. 소상공인 주름은 깊어간다. 식당과 상점 등 가게 10곳이 문을 열면 절반 이상이 간판을 내린다. 자영업자 평균 폐업률은 50%를 웃돈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구적 난제다. 해외도 예외는 아니다.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 역시 열흘 전 5900명 감원을 결정했다.
문제는 지금 상황이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고용충격은 여행 항공업을 넘어 제조업으로 확산될 개연성이 높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유럽의 확진자 수는 하루 평균 수만명이다. 1998년 IMF 구제금융 시기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데자뷔를 연상시킨다. 내년에도 코로나 정국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 경제 산업계 현실은 불보 듯 뻔하다. 실업대란에 따른 경기침체와 집권 4년차 징크스로 혼돈에 빠질 수 있다. 정치권의 경우 레임덕 현실화에 따른 정국 혼란도 불가피하다. 역사가 그랬다.
고용현황을 보여주는 '일자리 상황판' 존재가 궁금하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시연한 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아마도 고용상황이 좋지 않아서일 것이다.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다. 지금이야말로 일자리 상황판이 필요하다. 전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팬데믹발 골든타임이 흐르고 있다. 측정 가능해야 대책 마련이 가능하다. 국회는 지난달 22일 4차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7조8000억원 규모로, 한 해 네 차례 추경을 편성한 것은 59년 만의 일이다. 올해에만 수십조원의 천문학적 추경이 편성됐다. 문제는 집행속도와 방식이다. 현장 목소리와 정책 간 부조화가 발생한다. 준전시, 비상상황에 버금가는 선제적 대응이 아쉽다. 국민의 혈세 예산을 어디부터 써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기색도 엿보인다. 이 때문에 지금은 '추경 집행 상황판'도 설치돼야 한다.
2020년은 상실의 시대다. 어떤 이는 일터를 잃고, 학생들은 학창 생활을 잃어버렸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탓에 행복한 레저와 여흥도 사치다. 마스크가 일상이 됐다. 어느 순간 비정상이 정상이 됐다. 이른바 뉴노멀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강요받는 사회다. 새로운 질서와 일상에 적응해야 한다.
추경으로 정든 직장을 떠나는 근로자 슬픔을 달래야 한다. 하루 속히 일자리가 전환될 수 있도록 추경이 집행돼야 한다. 그야말로 일자리 창출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 올해도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추경 예산 사용하기에 빠듯한 시간이다. 이 때문에 불용액을 남기지 않으려고 급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 소위 '추경 사냥꾼'들이 눈을 부라리고 있기 때문이다.
K방역은 지금까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부터는 코로나19 시대 대한민국의 정책적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이 시대의 과제다. 희망퇴직 정리해고 일자리 감소 등 기업체를 중심으로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수립하자. 미리 미리 산업계 현안에 대응할 방어기제가 중요하다. 일자리 창출에 포커스를 맞춘 추경의 신속한 집행은 우리 기업과 산업계에 백신일 수 있다. 청량감을 주는 치료제다.
코로나발 산업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코로나 시대에 맞는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거창한 구호와 정책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김원석 경제금융증권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