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글로벌 의료용어 표준인 스노메드 시티(SNOMED CT) 라이선스를 구매해 국내 의료기관, 시스템 개발업체, 연구자가 용어뿐만 아니라 관련 제품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보건의료정보기술 도입의 궁극적 목표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잘 수집해 공유하고 활용하는 데 있다. 전자의무기록(EMR), 의료보험 청구, 모바일·웨어러블 등 다양한 자료원으로부터 많은 양의 보건의료 데이터가 생산되고 있으나 상호운용성이 확보되지 않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보건의료 데이터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표준이 사용되고 있지만 의미론적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데는 필요한 용어 표준이 가장 핵심이다.
의료용어는 기능에 따라 의료진이 시스템과 상호작용할 때 사용하는 인터페이스 용어, 개념기반의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형식적 정의를 가진 참조용어, 미리 정해진 상세 수준의 상호 배타적 범주의 집합인 분류체계로 구분된다.
의료용어의 이상적인 활용은 환자 진료 접점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자연어 혹은 인터페이스 용어로 기록하고, 기록된 데이터를 참조용어체계로 색인해 저장하고, 색인된 데이터를 연구, 통계, 의료보험 청구 등 2차 목적에 활용하는 것이다.
스노메드 시티는 인터페이스 용어와 분류체계를 연결해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글로벌 참조용어체계다. 진단, 임상소견, 처치, 수술, 검사, 신체부위, 약품, 가족력, 과거력, 활력징후, 의료기기, 병균 등 환자 진료 과정에 생성되는 데이터를 표현하는 광범위한 임상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또 의료진들이 진료현장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이들 개념의 동의어로 포함하고 있다. 올해 7월 발표된 국제 배포판에 약 35만개 개념과 약 140만개 동의어가 포함됐다. 스노메드 시티에 포함된 모든 개념은 다른 개념과 관계를 맺고 있다. 관계의 유형으로는 한 영역에 속한 개념 간 계층 관계를 표현하는 하위 유형 관계(예: 급성 충수돌기염-IsA-충수돌기염)와 다른 영역에 포함된 개념 간 관계를 표현하는 속성 관계(예: 충수돌기염-FindingSite-충수돌기, 충수돌기염-AssociatedMorphology-염증)가 있다.
하위 유형 관계의 상위개념, 속성 관계의 속성값으로 데이터 질의가 가능하다. 스노메드 시티는 두 개 이상의 개념을 조합해 새로운 개념을 생성하는 후조합을 허용한다. 예를 들어 '손가락 골절' 개념과 '오른쪽' 개념을 조합해 '오른손 손가락 골절' 개념을 생성할 수 있다.
스노메드 시티는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활용 동기 부족, 라이선스 구매, 콘텐츠 규모와 복잡성, 구현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스노메드 시티를 성공적으로 도입해 활용하려면 우선 스노메드 시티 배포와 국내 사용자 라이선스 관리, 용어 검색과 개발 툴 관리, 콘텐츠 추가·수정·삭제 요청 관리, 서비스 데스크와 사용자 커뮤니티 운영 등 업무를 담당할 국내 스노메드 시티 국가 배포 센터의 거버넌스와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둘째, 의료인을 대상으로 스노메드 시티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에 대해 교육해 활용 동기를 부여해야 하고 맞춤형 교육 과정을 개발해 스노메드 시티 구현, 매핑, 분석 전문가 등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셋째, 스노메드 시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용사례 개발, 국내 배포판 개발, 의료현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개념 세트, 언어별 선호 용어, 인터페이스 용어와 맵, 분류체계 혹은 코딩 체계와의 맵 등 참조 세트를 개발해 제공해야 한다.
넷째, 진료정보교류 사업, EMR 인증 사업, 데이터 중심 병원 등 다양한 보건의료정보 정책 과제, 암등록, 희귀난치성질환등록 등 국가 질병등록 사업, 예방접종보고, 감염병 보고와 같은 공중 보건 등 국가가 추진 중인 사업에 스노메드 시티 구현 방안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자료 수집단계에서 의미론적 상호운용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EMR에 스노메드 시티를 구현해야 한다. EMR에 구현 방법으로는 △외부 시스템과 데이터를 교류를 위한 공통 참조용어로 활용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하는 데이터를 통합하는 데 활용 △검색을 위한 색인 시스템으로 활용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코드 시스템으로 활용 △인터페이스 용어로 활용 △분석용 데이터 사전으로 활용 △전자의무기록시스템과 지식기반 규칙을 연계하는 데 활용 △임상 데이터의 의미를 상세화하는 빌딩블록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글로벌 의료용어 표준인 스노메드 시티의 성공적인 도입과 확산으로 다양한 자료원으로부터 생성되는 보건의료 데이터의 의미론적 상호운용성이 확보돼 한 번 수집한 데이터가 다양한 목적으로 잘 활용될 수 있는 날이 빨리 도래하기를 바란다.
박현애 대한의료정보학회장 hapar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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