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 '한국반도체대전(SEDEX) 2020'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토종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의 괄목할만한 기술 성장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2회 SEDEX 2020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뿐 아니라 후방 생태계를 책임지는 국내외 소부장 업체가 기술을 뽐냈다.
반도체 칩 신뢰성을 분석하는 큐알티는 이번 전시회에서 중국 우시 법인 본격 가동을 알렸다. 국내에서 칩 성능 분석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큐알티는 지난달부터 우시 법인 평가 설비와 사무실 운영을 시작했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업체는 물론 향후 중국 팹리스와 협력을 늘리면서 중국 시장을 본격 공략 예정이다. 이밖에도 자동차용 반도체 등 다양한 종류의 칩을 테스트할 수 있는 설비와 기술을 함께 소개했다.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 회사들도 4차 산업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을 이번 전시회에서 소개했다.
바이오 분야 칩을 생산하는 네메시스는 간편하게 혈당을 체크할 수 있는 '연속 글루코스 모니터링(CGM)' 기술을 선보였다.
반창고처럼 생긴 칩을 신체에 붙이면, 수시로 사용자의 혈당량을 체크할 수 있는 기술이다. 1㎜ 길이 바늘이 여러 개 달려 혈액을 체취하지 않고도 간질액 속에 들어있는 포도당만으로 혈당을 알 수 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혈당량을 관리할 수 있고, 축적된 데이터는 질병 예방을 위한 빅데이터로 쓰일 수 있다는 게 네메시스 측 설명이다.
네메시스가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 칩 기술과 특수 의료용 바늘을 생산하는 SN비아가 협력해 만들고 있다. 최현무 네메시스 부사장은 “회사가 사활을 걸고 개발 중인 제품”이라며 “2022년 개발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운아나텍은 스마트폰에서 카메라 렌즈를 눕힌 폴디드 줌 카메라에 탑재되는 광학식 손떨림방지(OIS) 구동 집적회로(IC)를 선보였다.
폴디드 줌에 들어가는 OIS 구동 칩은 카메라 렌즈를 수직으로 세우는 기존 카메라용 칩과는 다른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동운아나텍은 구동칩 한 개로 최대 10배 확대한 화면에서도 손떨림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해냈다. 기존에는 10배 줌을 위해 OIS 칩을 두 개 탑재해야 했다.
또 최근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오픈소스 설계 플랫폼 리스크-파이브(RISC-V) 응용을 위해 디자인하우스 세미파이브와 협력한 점도 눈에 띈다.
세덱스 2020은 218개 반도체 관련 기업이 490개 부스를 꾸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