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란 K-방역, 데이터 표준체계 만들자"

지자체별 데이터 주먹구구식 공개
동선·QR체크인 등 체계적 관리 미흡
사이람 분석…"역학조사원 추가 투입 필요"
전문가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 나서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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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K-방역 우수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데이터 기반 방역 대책을 수립해야 진정한 K-방역 모델로 거듭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코로나19뿐 아니라 다양한 감염병 등장 시 개인의 감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방역 대책을 수립해야 정확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감염병 데이터 취합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데이터를 취합·저장해야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부터 '데이터 프로세스와 분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가이드라인에 맞춰 데이터를 수집·분석·관리하도록 권고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코로나19 상황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야만 정확한 진단과 예측이 가능하다고 판단해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해외 주요국 가운데 데이터 기반 정책 결정 체계를 갖춘 곳은 거의 없다. 그나마 우리나라가 K-방역 대표 모델로 손꼽는 통신 데이터 기반 확진자 동선 파악, 코로나19 QR 체크인 시스템 등을 시행하지만 체계적 관리는 미흡하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기반 감염병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일일이 역학조사원이 대응하기 버거운데다 데이터를 분석할 경우 현재 놓치는 부분에 대한 명확한 원인 파악과 대응이 가능하다. 문제를 조기 파악·차단하거나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실제 국내 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 사이람이 방역당국이 조사해 전국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개한 '확진자 접촉 추적 데이터'를 분석,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

사이람은 서울, 경기, 인천 지역 코로나19 확진자(7481명) 데이터를 분석(1월~8월)한 결과 8월 이후 감영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 비율이 증가한 원인을 파악했다. 데이터 전파 주기가 8월 이전에는 평균 약 4일(3.8일)이었다. 그런데 근래 올수록 전파 주기가 짧아져 최근 2일 이내(1.8일)로 단축됐다. 확진자 추적조사를 통해 추가 전파 연쇄 고리를 차단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2일 이내로 줄어들었다. 이 시기에 놓친 확진자는 모두 감영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로 분류된다. 전파 속도과 이전에 비해 두 배 가량 빨라진 만큼 역학조사원 등을 추가 투입해야하는 정책 판단이 가능해진다.

데이터 분석 결과 '수퍼전파자' 특성도 파악됐다. 수퍼전파자는 개인 간 전파에서 최상위 또는 차상위에 있으면서 둘 또는 그 이상 고위험집단에 중복 소속된 감염자로부터 주로 생겨난다. 예를 들어 감염자 가운데 종교와 다단계 판매회사 두 군데 소속된 경우 수퍼전파자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이들 수퍼전파자는 데이터 분석으로 미리 파악해 외부 접촉 등을 차단하면 수퍼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정책 판단이 가능하다.

전문가는 K-방역이 세계 모범이 되기 위해 데이터 기반 감염병 정책 마련이 이어져야한다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현재 지자체별 주먹구구식으로 공개하는 감염병 관련 데이터 표준 체계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기훈 사이람 대표는 “코로나19 비정형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한다는 점은 의미 있지만 이를 분석하고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선 체계적 데이터 수집과 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단순 데이터 개방이 아니라 감염병 관련 데이터 개방, 표준 체계를 마련해 각종 감염병 발생 시 데이터 기반 정책을 실시간으로 수립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