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 급증에 대비하는 디지털 경제로 전환과 기후변화로 인한 저탄소 친환경 사회로 진입하는 그린 경제로 전환이다.
뉴딜 사업은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시대에 루즈밸트 대통령이 단기간에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정부재정을 긴급하게 투자해서 산업 육성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인 합의였다. 한국판 뉴딜도 정부의 재정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서 현재의 경제적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자 하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정책이다.
한국판 뉴딜에서 주목할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기존 교통물류체계에 변화를 가져올 과제다. 그린 뉴딜로 추진되는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과제와 디지털과 그린의 융합적 뉴딜로 추진되는 국민안전 사회기반인프라(SOC) 디지털화다.
국민안전 SOC 디지털화는 국가의 주요 시설인 도로·철도, 공항·항만 등을 이른바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기반의 디지털 인프라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대표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을 2025년까지 고속국도 전 구간에 구축하는 것이다.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는 도시·공간·생활 인프라를 녹색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감축 및 미래차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그동안 보급확산이 쉽지 않았던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을 가속화한다.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와 충전인프라 4만5000기, 수소차 20만대와 충전인프라 450기가 확대 보급되고, 노후 경유차량 조기 폐차 지원 등도 함께 추진된다.
모빌리티는 크게 교통물류 전반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이지만, 주로 사람들의 이동성을 가리키는 작은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된다. 국가나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국민과 시민에게 효율적인 이동성(Mobility)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거지역과 중심상업지역, 문화공간 등을 다양하게 연결하기 위해 SOC를 구축한다.
도로나 철도를 건설하고 주차공간을 확보하며, 대중교통을 보급함과 동시에 터미널이나 철도역사 등 교통시설을 설치 보급한다. 이러한 인프라를 어디에 어떻게 보급하는지는 수요와 공급의 경제원리에 따라 결정된다. 인구가 늘거나 새로운 도시가 건설돼 이동수요가 증가하는 지역에는 인프라가 추가 공급된다.
SOC 수요 공급의 원리에는 시간과 비용 요소가 적용된다. 시민들이 이동 시 소요되는 총 시간과 지불하는 총비용을 이동수요의 가치로 산정해 인프라 및 시설 공급으로 인해 얻어지는 효용가치로 전환하고, 이를 공급에 필요한 비용과 비교해서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 각 개개인의 효용가치가 아닌 전체를 대상으로 효용가치를 산정해 인프라가 공급된다.
사람들은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가능한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이동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수단을 선택한다. 교통혼잡이 지속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감염 우려 및 재택근무 확대 등으로 고밀집 환경의 대중교통에서 개인 가가용으로 전환하는 이동 수요가 늘어나, 교통혼잡과 교통사고,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소득수준과 빈부 격차에 따른 이동수단의 선택이나 개인간 차별화된 통행패턴도 교통물류 부문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 디지털과 그린 뉴딜 시대에는 탄소배출과 관련된 에코(Eco) 요소를 개인별 및 지역별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확보되고, 이를 통해 SOC 공급에 대한 결정과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의 다양성이 높아진다. 그동안의 효용가치 산정에는 개인의 시간과 비용 요소에 대한 제한을 둘 수 없었다. 이에 비해 에코 요소는 모든 개인에게 탄소배출에 대한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부과할 수 있어 공정성 기반 아래 효용가치 적용이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이 빠르게 전개될 수 있고 자가용 이용보다는 대중교통과 자율주행 공유교통, 개인교통(PM) 활용이 늘어나면서 관련 산업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이 증가할 것이다. 디지털과 그린 기반의 공정 모빌리티(Fair Mobility)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한국판 모빌리티 뉴딜로 새롭게 추진할 때다.
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국가혁신클러스터R&D연구단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공공우주전문위원회 위원장) yjmoon@ko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