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예산 정국으로 돌입했다. 2일부터 2021년도 예산안 심사를 시작했다. 내년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555조8000억원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일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종합 정책질의, 경제부처별 심사, 비경제부처별 심사 순으로 이어진다. 16일부터는 예산안조정소위에서 사업별 감액과 증액 작업을 벌인다. 내년 예산을 놓고 심사 초반이지만 벌써 여야가 날 선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정치판 안팎에서는 21조3000억원이 편성된 '한국판 뉴딜' 예산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야당은 한국판 뉴딜을 '빚더미 예산'으로 규정하고 “절반을 삭감하겠다”고 선공을 편 가운데 여당은 오히려 “지역 뉴딜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치열한 줄다리기를 예고했다. 특히 여당의 각오는 남다르다. 내년 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확장 재정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집권 4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한국판 뉴딜 예산이 삭감되면 국정 동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당력을 집중해 야당 공세를 막아낼 심산이다. 여야가 초반부터 신경전을 벌이면서 심사 기간 내내 정쟁에 몰두하다 막판에 유야무야 통과될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여야 모두 꼼꼼히 예산을 살피겠다는 방침은 너무나 당연하다. 내년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다. 그만큼 세금이 허투루 편성될 가능성이 크다. 현미경을 들이대듯이 세세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고 예산이 정쟁 도구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역대 예산심의를 보면 여야가 서로 민감한 사안을 눈감아 주며 주고받는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쪽지 예산'처럼 막판에 지역구를 챙기기 위해 억지로 밀어 넣는 사례도 있었다. '선심성 예산'이 많아지면 반드시 필요한 예산은 오히려 줄 수 있다. 예산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예산은 규모의 이슈도 아니다. 사용처를 중심으로 예산을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내년 국가 살림살이를 심의하고 확정하는 자리다. 국회마저 예산을 '눈먼 돈'으로 생각한다면 국가 재정은 거덜 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