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대선은 사실상 '트럼프 패밀리'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시즌2의 대결이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진영은 민주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 아래 대선캠프를 운영했다.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 시절 부통령으로 지냈다. 현재 미 언론에서 점쳐지는 주요 내각 후보도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대규모 재정투입을 통한 '큰 정부'를 지향하는 만큼 내각 역할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때 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임기 내내 '마이웨이' 스타일의 국정 운영을 고수해왔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내각의 역할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바이든 내각의 국무장관 후보로는 수잔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토니 블링큰 전 국무부 부장관이 물망에 올랐다. 재무장관 후보에는 엘리자베스 워렌 민주당 상원의원을 비롯해 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 래리 핑크 블랙록 CEO, 리처드 코드레이 전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국장이 유력하다는 평이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에는 바이든 후보의 경제 고문 재러드 번스타인이 꼽힌다.
여성 파워도 커진다. 바이든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상원의원을 지명했다.
해리스 후보는 인도계 흑인으로 하워드대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검찰총장을 지냈다. 여성 인권과 인종주의 철폐가 주요 관심사로 비백인·여성·성소수자·이민자 등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끌어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낙선 원인 중 하나로 흑인 투표율의 하락이 지적된 것도 해리스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바이든이 1942년생으로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부통령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해리스는 캘리포니아를 지역구로 두고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리드 호프만 링크드인 창업자 등과 친분도 돈독하다. '플랫폼 기업 해체' 등을 주장하는 실리콘밸리 규제 입장인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평이다.
바이든은 유세 내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분열'을 가져왔으며, 고령의 나이(78세)를 의식하듯 젊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역대 가장 다양한 내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과거 오바마 정부 시절에 일했던 인물과 여성 및 유색인종을 주요 직책에 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는 1972년 최연소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오랫동안 직업 정치인으로 일한 바이든 후보가 백악관은 자신의 측근들인 백인 엘리트로 채울 것이란 비판을 의식한 행위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러한 다양성 인재 영입에 대한 노력으로 바이든 대선캠프에서 유색 인종 직원 비율은 6월 초 기준 35%에서 9월 중순 46%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