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늘어난 살림살이 제대로 챙기고 계십니까

17조3493억원. 중소벤처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이다. 올해 본예산 13조3639억원 대비 29.8%가 많은 규모다. 2017년 중기부 출범 당시 편성된 본예산 8조5366억원 2배가 넘는다.

예산 규모가 커진 만큼 중기부가 수행하는 역할 역시 다양해졌다. 중기청 시절 언제나 빠짐없이 예산안 첫 머리에 놓이던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연구개발(R&D) 활성화' '창업·벤처 선순환 생태계 구축' 같은 키워드는 '소상공인과 중소벤처기업의 디지털화' '비대면 분야 창업벤처기업 육성'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제조혁신, 규제자유특구 같은 굵직한 신규 사업이 매년 더해진다.

전체 기업 수 99%, 전체 근로자 83%에 해당하는 중소기업 비중을 고려하면 중기부 예산은 단순히 많다고만 할 수 없다.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수까지 생각한다면 투입해야 할 예산은 오히려 더 늘어나도 괜찮다.

다만 매년 증가하는 예산이 과연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책을 펼쳐야 할 명확한 대상이 아직도 뚜렷하게 추려지지 못한 탓이다.

중소기업 관련 국가 공식통계는 지난 8월에야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소상공인 관련 통계는 아직까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네 차례에 걸친 추경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여러 진통을 겪은 뒤에야 어느 정도 상황을 추정해 본 수준에 그친다.

신규 추진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에서 이월된 예산을 올해까지 쓰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예전처럼 헬리콥터식 예산 살포로 2배나 많은 돈을 뿌리겠다는 접근이라면 곤란하다. 지금처럼 예산부터 확보하고 부랴부랴 실태조사를 거쳐 사용처를 찾는 방식으로는 새는 돈이 발생하기 쉽다.

중기부 출범 4년이다. 이제는 주요 중소기업 관련 통계와 데이터가 완성돼야 한다. 이를 통해 정확한 실태 파악이 우선이다. 이후 정밀한 정책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또 유사한 사업에 예산이 중복 투입되는 일도 최소화할 수 있다.

중기부가 사업을 늘리면서 예산을 확충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커진 살림살이에 걸맞게 사업 운영방식과 사후 점검에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기자수첩]늘어난 살림살이 제대로 챙기고 계십니까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