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마이크론 화재로 반도체 기판 수급 비상…AP·스마트폰 생산 차질 우려

대만 생산라인 큰 불…복구 최장 1년
퀄컴·미디어텍·브로드컴 공급망 손상
年 1000억원 규모 'FCCSP' 수요 발생
韓 삼성전기·대덕전자 등 대체 가능성

세계 3대 인쇄회로기판(PCB) 업체로 꼽히는 대만 유니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서 발생한 화재가 업계 파장을 낳고 있다. 반도체 기판 공급에 차질이 생겨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업계와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연쇄 충격을 주고 있다.

유니마이크론 홈페이지 화면<자료=유니마이크론>
유니마이크론 홈페이지 화면<자료=유니마이크론>

9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만 북부 타오위안에 위치한 유니마이크론 PCB 공장에서 지난달 말 불이 났다. 공조실 발화로 추정되는 이번 화재로 유니마이크론 생산라인에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PCB 업계와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라인이 불에 타 복구까지 짧게는 6개월 이상,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사고 충격은 유니마이크론에 그치지 않고 세계 반도체 업계와 스마트폰 업계로 번져 주목된다.

유니마이크론은 타오위안 공장에서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FCCSP) 등 고부가 반도체 기판을 만들어 퀄컴, 미디어텍, 브로드컴 등에 공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FCCSP는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결합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기판이다.

화재로 수급 차질이 예상되자 퀄컴 등 반도체 업체는 물론 스마트폰 제조사들까지 나서 긴급 대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한 PCB 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기판은 그간에도 수급에 여유가 없었는데, 유니마이크론 사고가 발생하면서 주요 고객사들이 기술력, 제품 라인업, 고객 대응력 등을 가진 업체를 긴급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퀄컴과 미디어텍은 전 세계 스마트폰 AP 시장 1, 2위 기업이다. 이들의 AP 생산 차질은 곧바로 스마트폰 업계에 영향을 미친다.

공급망 재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니마이크론은 중국에도 공장을 두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범용 제품 위주로 첨단 제품을 대만에서 생산해 화재 공장을 복구할 때까지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유니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울 대안이 필요해 한국 PCB 업체에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PCB 업체 관계자는 “유니마이크론 화재 영향으로 추가 공급 제안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FCCSP) 등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기,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등이 꼽힌다. 유니마이크론 화재가 업계 재편의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PCB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화재로 유니마이크론이 반도체 기판을 공급하기 어려워지면서 연간 1000억원대 규모의 수요가 발생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 개념도<자료=삼성전기 홈페이지>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 개념도<자료=삼성전기 홈페이지>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