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5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발표하며 최첨단 칩 경쟁에 본격 나섰다. 삼성전자는 향후 플래그십 AP 모델도 5나노 공정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12일 중국 상하이에서 5나노 EUV 공정을 활용한 모바일용 AP '엑시노스 1080'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최첨단 기술인 5나노 공정을 활용해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AP를 생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엑시노스 1080은 최신 모바일 데이터 처리 기술을 한 칩에 집약한 5G 모뎀 통합 AP다. 칩에 내장된 중앙처리장치(CPU)는 ARM의 코어텍스-A78 및 코어텍스-A55 코어로 디자인됐다. 최대 2.8㎓로 작동하면서 멀티코어 성능이 전작 대비 약 두 배 높아진 것은 물론 전력 효율성도 개선됐다.
또 2세대 발할 아키텍처를 적용한 ARM의 말리-G78 그래픽 코어로 고사양 그래픽 게임 작동 시 성능이 기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부드러운 게임 화면은 물론 더 빨라진 터치 반응 속도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뉴럴프로세싱유닛(NPU)과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도 탑재됐다. 초당 5조7000억번의 디지털 신호를 처리,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앱)을 더욱더 매끄럽게 운영한다. 또 최대 2억화소를 지원하는 이미지신호프로세서(ISP)는 최대 6개 센서를 연결하고 3개 입력 신호를 동시에 처리, 카메라 성능을 극대화한다.
엑시노스 1080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의 5G 스마트폰에 탑재된다. 중국 현지에서 출시를 알린 것도 이 때문이다.
신동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전무는 “엑시노스 1080은 5세대(5G) 이동통신,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등에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면서 “최고의 컴퓨팅 성능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1080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지는 5나노 AP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5나노 AP는 글로벌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최근 사활을 걸고 개발하고 있는 칩이다. 반도체업계는 데이터가 폭증하는 반면에 칩 크기는 줄어들면서 회로 폭을 더 좁게 만들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지난해 EUV 광원을 활용한 7나노 공정에 이어 5나노 공정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더 세밀하고 반듯한 회로를 구현할 수 있게 되자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 주요 AP 기업이 관련 칩을 선보이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형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21에 탑재할 것으로 보이는 '엑시노스2100'도 5나노 공정을 활용해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칩 업체들의 5나노 AP 출시가 본격화되면서 최첨단 파운드리 간 공정 경쟁도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5나노 공정이 본격화하면서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5나노 생산 라인도 분주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