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혼란의 단서가 남아 있지만 정리돼 가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면서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 미디어 산업 정책과 규제 변화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트럼프 정부는 직전 오바마 정부 정책에 대해 엄청난 비판을 가하는 동시에 예고한 대로 시행한 정책 변화가 너무나 크고 확연하게 달랐다.
그런데 다시 오바마 정부 부통령이던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의 정책 변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순서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 정강에도 언급된 부분이 있어 정책 변화를 예측할 수는 있지만 각론에서 과연 어떤 정책이 선후를 다투며 펼쳐질 지 궁금하다.
미디어 산업의 본질을 논할 때 보는 관점에 따라 견해가 다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미디어 산업은 기본이 규제 산업'이라는 견해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의 정권 교체는 미디어 산업 지평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것이 언론의 중론이다.
오바마 정부는 당시 인터넷서비스를 정보서비스에서 기간통신서비스로 재정의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오락가락하던 망 중립성 정책이 큰 변화 속에서 규제 강화의 틀로 세워졌다.
물론 이 정책도 사업자에 의해 법원에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오바마 정부 말기에는 T모바일 제로레이팅 서비스에 대해서도 망 중립성 정책 맥락 속에서 심도 있게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4년 전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제로레이팅에 대해 소비자에게 큰 혜택을 제공한다는 찬사 속에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고 아주 간단하게 정리했다. 또한 개인정보가 큰 이슈이던 데이터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도 완화한다는 정책을 세웠다.
더 나아가 인터넷 '자유화 및 개방화' 원칙을 회복시킨다면서 오바마 정부에서 제정한 망 중립성 정책을 폐기시키고 그 이전으로 돌려놓았다. 인터넷 서비스를 기간통신서비스가 아닌 정보 서비스로 되돌려놓은 것이다.
당시 선거 과정을 통해 이런 정책 전환이 예측되긴 했지만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전광석화처럼 실행으로 옮긴 것이다.
다시 바이든이 이 부분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 궁금하다. 망 중립성 정책뿐만 아니라 거대 플랫폼기업 독점력에 대한 조치도 지금보다 강하게 취해질 것이 예견되는 시점이다. 또 플랫폼 기업의 언론 독점을 통한 여론 형성과 미디어 산업 소유 지배구조 완화에 대해서도 언론과 전문가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미디어 산업은 본질상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규제 방향, 형태, 강도 등에 따라 산업계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관련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바바 정부 정책을 계승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바이든 정부 정책 변화에 대해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 또 하나 있다. 얼마 전에 발표한 미국 하원의 디지털 시장 경쟁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민주당이 다수당으로서 주도했다.
특히 망 중립성에 대해 바라보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시각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내년부터 새 정부가 이 부분을 어떻게 다루면서 그들이 세운 정책을 수립해 나갈지 지켜보는 것은 아주 흥미로울 것이다. 4년 전 트럼프 정부처럼 FCC를 통해 정책 변화를 마구 쏟아낼 것인지, 사업자는 새로운 정책에 어떻게 조응해 나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한다.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국민에게 다양한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모든 위정자의 하나같은 정책 목표이며, 부대에 담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새 부대의 모양에 따라 그 과정도, 형태도 달라지게 될 것이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