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도 '코로나 이전'(BC) 시대로의 회귀는 어렵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이야기다. 그는 백신이 출시돼도 팬데믹은 종식되지 않을 것이며,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자리매김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는 기세를 몰아서 단숨에 교육 현장을 바꾸고 있다. 그 많은 혁신 기술과 사회 변화에도 꿈쩍 않던 책상, 칠판, 강의실 등은 빛의 속도로 신문물 정보통신기술(ICT)에 그 자리를 내어 준다. 이젠 익숙하게 수업에 앞서 마이크·스피커·카메라 등 디지털교구 작동 상태를 점검하고, 모니터를 통해 출석 상태를 확인하는 등 학생의 최적 수업 환경을 존중한다. 놀라운 건 이러한 변화가 완성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전부터 교육에 정보기술(IT)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졌다.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며 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새로운 교육 환경을 구축하고 교육 효과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관련 제도나 정책 부재, 학교의 미적지근한 수용 등 여러 요인으로 고등교육에 뿌리내리지 못했다. 유관 산업의 성장도 주춤하고 있다. 올해 초 우리 앞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코로나19가 만들어 놓은 길에 등 떠밀리며 들어섰다.
'코로나 이후'(AC) 시대를 고등교육 혁신 기회로 삼자. 첨단 기술로 무장한 4차 산업혁명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사회 곳곳에 광범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 기술을 교육 현장에 끌어들여서 과감하게 고등교육 체계를 혁신하자.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면 저비용으로 맞춤형 개인화 교육이 수월하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은 게임에서 경험하듯 몰입감을 통해 수업 집중도를 높이고 다양한 가상 실험·실습을 수행할 수 있다. 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하면 저비용 고효율의 물리 체험을 통해 높은 교육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의 본질 가치를 간과하면 안 된다. 비대면 교육을 지원하는 최첨단 기술과 시스템이 즐비하다고 해서 교육 본연의 가치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실현할 수 있을까. 비대면 교육을 위한 기술은 이미 준비됐고, 교수자와 학습자 지원에는 상당한 수준에 다다랐다. 그러나 상호 간 몸짓·표정·음색 등을 통한 의사 교환이 즉각 어렵고, 관계 형성을 위한 기회가 적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교육의 가치 실현과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에 부정 시각이 존재한다.
교육 마당인 학교는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물리 공간을 넘어 교육의 가치를 실현하는 본거지다. 이곳에서 학생과 교수, 학생과 학생 간 이해 및 배려와 협력 및 경쟁을 통해 다양한 가치관을 형성하는 기회를 갖는다. 정해진 교육 과정뿐만 아니라 스치듯 지나가는 일상에서 학생들 스스로 성숙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갖는다. 강의실을 지날 때면 목소리를 낮추고, 학생자치 활동을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하며,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기꺼이 의견을 표출한다.
비대면 교육은 뉴노멀 시대에 피할 수 없으며, 기존 체계에서 볼 수 없는 가능성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급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 중심 비대면 교육에 어떻게든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의 가치를 채워 넣는 일이다. 결국 비대면 교육의 성패는 다양한 전통 대면 교육의 가치를 찾고 이를 비대면 교육에 얼마나 보태고 메우느냐에 달렸다. 이제 그동안 보지 못한 작고 사소한 교육의 가치에서 의미를 찾고 되돌아볼 시점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숙제를 남겼다.
조휘형 김포대 마케팅경영과 교수·UKP미래경영연구소장 hhcho@kimpo.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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